나병 환자의 기적

2022. 12. 26. 07:04카르마의 영혼

 

<나병 환자의 기적>

 

 

땅을 향기롭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하는 수많은 꽃 가운데

 

무서운 유령과 같은

문둥병환자 한 명이 우뚝 서 있다.

 

역한 냄새를 피우며 헌데투성이고,

나병균이 좀 먹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소리를

지르며 다시 산비탈이

시작되는 곳으로 물러선다.

 

어떤 사람은 조심성 없이

그 사람에게 던지려고

돌을 집기까지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돌아서시며

팔을 벌리고 외치신다.

 

 

“조용하시오! 있는 곳에

그대로 있으시오.

 

그리고 겁내지 마시오.

돌들을 내려놓으시오.

 

이 가엾은 형제를 불쌍히 여기시오.

이 사람도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사람들은 선생님의 권위에

굴복하여 복종한다.

 

예수께서는 꽃이 핀

키 큰 풀들 사이로 문둥병자로부터

몇 발 떨어진 곳까지 나아가시고,

 

문둥병자도 예수께서 그를

보호하신다는 것을 깨닫고

가까이 온다.

 

 

예수께 가까이 와서

그가 땅에 꿇어 엎드린다.

 

꽃이 핀 풀들은 그를 받아들여

마치 향기로운 시원한 물처럼

그를 파묻는다.

 

물결치는 꽃들은 불행 위에

베일을 펴서 그걸 감추는 것 같다.

 

거기서 나오는 애처로운 목소리만이

거기에 불쌍한 인간이 있다는 걸

일깨워 준다.

 

그 목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주님, 주님이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얼굴을 들고 나를 쳐다보시오.

사람이 믿을 때는 하늘을

쳐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원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믿고 있소.”

 

풀이 움직이면서

다시 갈라진다.

 

문둥병자의 얼굴이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난파(難破)당한

사람 머리처럼 나타나는데,

 

머리카락과 수염이 없다.

피부가 아직 좀 남아 있는

두 개 골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헌 데가 없는

이마 두 곳의 고름집과

썩고 헐어서 문드러진 사이에

 

밀랍 색의

비늘처럼 벗겨지고 있는 피부밖에

없는 곳에 손가락 끝을 얹으신다.

 

그 두 개의 화농 하는

썩고 헐어버린 곳 중 하나는

털이 나는 피부를 파괴했고,

 

또 하나는 오른눈이 있던 곳에

구멍이 하나 뚫어져 있다.

 

관자놀이부터 코에까지 파이어

광대뼈와 코의 연골이

드러나 보이고, 더러운 것이

 

잔뜩 들어 있는 저 커다란

구멍 속에는 아직 눈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예수께서 아름다운 손끝을

거기에 대시고 말씀하신다.

 

“나는 원합니다, 깨끗해지시오.”

 

마치 그 사람이 나병균에 좀 먹혀

헌 데 투성이로 된 것이 아니라,

 

때가 잔뜩 끼었었는데,

거기에 액체로 된 세제(洗劑)를

부은 것처럼 문둥병이 사라진다.

 

맨 처음, 헌 데들이 아물고,

피부가 다시 맑아지고,

 

다신 생겨난 눈꺼풀 사이로

오른쪽 눈이 다시 나타나고,

 

누르스름한 이빨 위로

입술이 다시 덮인다.

 

 

머리카락과 수염은

아직 없는 채로 있고,

 

표피가 아직 성하게 있던 곳에는

털 무더기가 드물게 나와 있다.

 

군중이 몹시 놀라 소리를 지르고,

그 사람은 이 기쁨의 외침을 듣고

 

자기 병이

고쳐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그때까지 풀 속에 가려졌던

손을 올려, 커다란 구멍이

나 있던 곳의 눈을 만져본다.

 

커다란 헌 데가

두 개 골을 뒤덮고 있던

 

머리를 만져보고

새로 생긴 피부도 만져본다.

 

 

그러다가 일어서서

가슴을 보고 허리를 본다.

 

모든 것이 건강하고 깨끗하다.

그 사람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꽃이 핀

풀밭에 주저앉는다.

 

“울지 말고 일어나

내 말을 들으시오.

 

의식을 지켜서 인간다운 생활을

다시 시작하시오.

 

그리고 모든 것이 행해지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사제에게 보이시오.

 

당신의 병이 나음으로

뜻밖에 일어난 기적의 증거로

모세가 명한 제물을 바치시오.”

 

“주님, 제가 찬양해야 할 분은

주님이십니다!”

 

“내 가르침을 사랑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될 것이오.

가보시오.”

 

군중이 다시 가까이 와서

의무적인 거리 밖에서

기적을 입은 사람에게 축하한다.

 

어떤 사람은 그가

여행하는 데 쓸 여비가

필요함을 느껴 돈을 던져 준다.

 

 

어떤 사람은 빵과

음식물을 던져 준다.

 

한 사람은 문둥병자의 옷이

누더기에 지나지 않아서 몸을

잘 가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겉옷을 벗어 똘똘 뭉쳐

문둥병자에게 던져 준다.

 

그 사람은 그래서 품위 있게

몸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집단으로 있을 때는

자비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또 한 사람은

그에게 샌들을 주고자 하는

욕망을 물리칠 수가 없다.

 

 

그는 자기의 샌들을 벗어서

문둥병자에게 던져 준다.

 

“하지만 당신은?”

 

그가 하는 행동을 보시던

예수께서 물어보신다.

 

“아이고! 저는 여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 삽니다.

 

저는 맨발로 걸을 수가 있습니다.

저 사람은 먼 길을 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과

또 이 형제에게 도움을 베푼 모든

사람들에게 강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여보시오,

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시오.”

 

 

“예, 예, 저분들과 주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세상이 주님께 믿음을 가지도록.”

 

“안녕히 평안히 가시오.”

 

그 사람은 몇 미터를 가다가

돌아서서 외친다.

 

“그런데 사제한테는 선생님이

저를 고쳐 주셨다고 말해도 됩니까?”

 

“안되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사제에게는

‘주님이 저를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하고만 말하시오.

이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다른 말은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됩니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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