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4. 05:56ㆍ카르마의 영혼
토빗기 [4]
이 말을 듣고 토비트의 아내는
울음을 그쳤다.
토비아와 라파엘은 길을 떠났다.
그 집의 개도 따라나서서
그들과 동행했다.
그 둘은 길을 가다가 밤이 되어
티그리스 강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토비아가 발을 씻으려고
물가에 내려갔을 때
커다란 물고기가 물에서 뛰어올라
그 소년의 발을
잘라먹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소리를 질렀다.
그때 천사가 소년에게
"그 물고기를 놓치지 말고 붙잡아라. "
하고 말했다.
토비아는 그 물고기를 잡아서
뭍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천사 라파엘이 말했다.
"그 물고기 배를 갈라서
쓸개와 염통과 간은
꺼내어 잘 보관하고
나머지 내장은 다 버려라.
그 쓸개와 염통과 간은
약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토비아는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쓸개와 염통과 간을
따로 보관한 다음,
물고기 일부분은 구워서 먹고
나머지는 소금에 절여두었다.
그들 둘은 여행을 계속하여
마침내 메대 근처까지 이르렀다.
그때 토비아가 천사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이 물고기의 염통과
간과 쓸개는 도대체 무슨
약으로 씁니까?” 하고 묻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물고기의 염통과 간은
악마를 퇴치하는 데 쓰는 것이다.
악한 귀신이나 악령에 사로잡힌
남자 또는 여자 앞에서
그것을 태워 연기를 피우면
그 악한 것들이 주던 괴로움이
깨끗이 사라지고
다시는 그 괴로움이
그 사람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쓸개는,
그것을 흰 막이 생긴 눈에 바르고
흰 막에 닿도록 불어넣으면
시력이 회복된단다."
그들이 메대 땅에 들어가
엑바타나에 이르렀을 때 라파엘이,
"토비아, " 하고 부르자
"왜 그러십니까?"
하고 토비아가 대답했다.
라파엘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늘 밤 라구엘의 집에서
묵어야 하는데,
그 사람은 네 친척이다.
그리고 그에게 사라라는 딸이 있다.
그의 자녀라고는 사라 밖에 없다.
너는 사라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니만큼
어느 누구보다 그 여자를 차지할
권리가 있고 그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
그 여자는 영리하고 용감하고
대단히 아름다우며
그의 아버지도 훌륭한 분이다."
라파엘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그 여자와 결혼할
자격이 있으니
내가 오늘 밤 그 여자의
아버지에게 그 여자를 네 신부로
데려가게 해달라고 청하겠다.
우리가 라게스에 갔다가 돌아와서
혼인 잔치를 베풀도록 하자.
내가 알기에는 라구엘이,
자기 딸과 네가
결혼하는 것을 막거나
그 딸을 다른 데 시집보내는
일은 결코 할 수 없다.
누구보다도 네가 그의 딸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그가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으면
모세 율법의 규정에 따라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오늘 밤 라구엘에게
그 처녀에 관하여 상의하고
너와 그 처녀의 약혼식을
올리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가 라게스에 갔다가
돌아와서 그 여자를 데리고
네 집으로 함께 돌아가자."
그때 토비아가 라파엘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아자리아 형님,
나는 그 여자가 이미 일곱 번이나
결혼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와 결혼한 남편들은 신방에서
모두 죽었다지요?
첫날밤 그 여자에게 가까이
가려다가 모두 죽었다면서요?
귀신이 그들을 죽였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나도 죽을까 겁납니다.
귀신이 그 여자는 해치지 않고
그 여자를 가까이하려는
남자만을 죽인답니다.
나는 우리 집안의 외아들입니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내 부모가
나 때문에 슬퍼하다가
지레 돌아가실 터이니
결국 내가 그들을 죽이는 셈이
될 것입니다.
내 부모에게는,
그들을 묻어드릴 자식이
나밖에 없습니다."
라파엘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아버지의 명령을 잊었느냐?
네 가문에 속하는 여자와
결혼하라고 명령하시지 않았느냐?
자,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라.
그 귀신에 대해선 아무 염려 말고
사라와 결혼하도록 하여라.
틀림없이 오늘 밤에
그 여자가 네 아내가 될 것이다.
네가 신방에 들어가게 되면
그 물고기의 간과 염통을 꺼내서
향불 위에 올려놓고
냄새를 피우도록 해라.
그러면 귀신이 그 냄새를 맡고
달아나서 다시는 그 여자 곁에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그 여자와 동침하려 할 때
우선 둘이서 함께 일어나
하늘에 계신 주님께
기도드리고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주시기를 간구하여라.
그 여자는 처음부터 네 아내로
정해져 있었고, 네가 그 여자를
살려내게 될 터이니 두려워 마라.
그 여자는 너를 따라가서 틀림없이
자녀를 많이 낳아줄 것이다.
그러면 네 집안에 많은 형제가
생길 것이다.
자, 염려하지 마라."
토비아는 라파엘의 말을 들어
사라가 자기의 동생뻘이 되고
자기 아버지 가문의 자손이라는
것을 알자, 사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용솟음쳤고
그의 마음은 사라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토비아는 엑바타나에 도착하자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우리 친척 라구엘의 집에 곧장
데려다주십시오." 하고 청했다.
그래서 그는 토비아를
라구엘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라구엘이 대문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먼저 인사하였다.
라구엘은 "어서 오십시오, 젊은이들.
참 반갑습니다." 하고 답례를 한 후
그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 아내 에드나에게
"이 청년이 어쩌면 이렇게도 내 친척
토비트를 닮았지?" 하고 말했다.
에드나가 "젊은이들,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하고 묻자
그들은
"우리는 니느웨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납달리 지파
사람들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에드나가 다시
"그럼 우리 친척 토비트를 아십니까? "
하고 묻자,
"알고 말고요." 하고 그들이 대답했다.
"그가 잘 있습니까?" 하고 그 여자가
또 물었을 때,
"예,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어서 토비아가
"제가 바로 그분의 아들입니다."
하고 말했다.
라구엘은 벌떡 일어나 토비아에게
입을 맞추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네.
자네는 훌륭하고 착한 분을
아버지로 모시고 있네.
그렇게 늘 자비를 베푸는 어른이
눈이 멀다니,
참으로 비참하기도 하지!"
라구엘은 자기 친척 토비아의
목을 끌어안고 울었다.
그의 아내 에드나도 울었고
그의 딸 사라도 따라 울었다.
라구엘은 자기 양 떼 중에서
숫양 한 마리를 잡아,
그들을 융숭하게 대접했다.
그들이 몸과 손을 씻고
저녁을 먹으러 식탁에 앉았을 때
토비야가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내 친족 누이 사라를
나에게 주라고 라구엘에게
말씀드리십시오.” 하고 말했다.
라구엘이 이 말을 우연히 엿듣고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밤은 어서 먹고
마시며 즐기게.
자네는 내 가장 가까운 친척이야.
내 딸 사라를 아내로 맞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자네 말고 또 누가 있겠나.
사실 나는 내 딸 사라를
어떤 딴 사람에게 줄 권리가 없네.
그러나 자네에게 밝혀두어야 할
사실이 있네.
내 딸 사라를 동족에게
일곱 번이나 시집보냈지만
첫날밤 신랑들이 사라를
가까이하려다가 모두 죽어버렸네.
그러나 주께서 잘 보살펴
주실 터이니, 어서 먹고 마시게."
토비아가 이 말을 듣고
"제 일을 결정지어 주시기 전에는
여기서 제가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라구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네. 모세 율법이
지시하는 대로 사라를
자네에게 주겠네.
사라가 자네 아내가 되는 것은
하늘이 이미 정해 놓은 일일세.
자네 친척 사라를 아내로 맞게.
이제부터 자넨 사라의 남편이 되고
사라는 자네의 아내가 되는 것일세.
오늘부터 사라는
영원히 자네 것일세.
하늘의 주님께서 오늘 밤
자네들을 잘 돌보아주실 것일세.
주님께서 자네들에게 자비와
평안을 베풀어주시기를 비네."
그리고 라구엘은
자기 딸 사라를 불렀다.
사라가 오자 그는 딸의 손을 잡고
딸을 토비아에게 넘겨주며
이렇게 말했다.
"모세의 책에 기록되어 있는
율법과 규정에 따라
사라를 자네 아내로 주니,
아내로 맞이하여
아버지 계신 곳으로
잘 데리고 가게.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자네들의 갈 길을 잘 보살펴
주시기를 비네. "
라구엘은 사라의 어머니를 불러
종이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고 모세 율법의 규정에 따라
사라를 토비아에게 준다는
혼인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라구엘은 자기 아내 에드나를 불러
"여보, 방을 하나 따로 마련하고
사라를 그리로 들여보내시오."
하고 말했다.
에드나는 가서 남편의 지시대로
신방을 꾸미고 사라를 그리로
데리고 들어갔다.
거기서 딸의 신세를 생각하며
울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하늘의 주님께서
네 슬픔을 거두어주시고,
기쁨을 내려주실 것이다.
얘야, 용기를 내라."
이 말을 남기고
에드나는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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