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7. 05:44ㆍ카르마의 영혼
토빗기 [마지막]
토비아의 일행이
니느웨의 맞은편에 있는
카세린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라파엘은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집을 떠날 때 네 아버지가
어떤 형편에 있었는지
잘 알지 않느냐?
네 아내 일행보다 우리가 빨리
앞서가서 그들이 따라오는 동안에
집을 정돈하도록 하자."
라파엘은 이어서 토비아에게,
그 물고기의 쓸개를 손에 들고
가라고 말한 다음,
토비아와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개도
라파엘과 토비아의 뒤를 따랐다.
한편 토비아의 어머니 안나는
주저앉아서 자기 아들이
떠나가던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토비아가 오는 것을 보고
남편 토비트에게
"저기 당신 아들이 옵니다.
함께 갔던 사람도 옵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토비아가 자기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기 전에 라파엘은
이렇게 말했다.
"틀림없이 네 아버지는
다시 눈을 떠 보게 될 것이다.
그 물고기의 쓸개를
아버지 눈에 발라 드려라.
그러면 그 약이 아버지 눈의
흰 막을 줄어들게 하고
마침내는 없애버릴 것이다.
그래서 네 아버지는 시력을 되찾아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안나는 앞으로 달려 나가
아들의 목을 얼싸안고
"얘야, 내가 너를 다시 만났으니
이제는 죽어도 한이 없겠다.”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토비트도 일어서서 허둥거리며
대문 밖으로 나갔다.
토비아는 물고기의 쓸개를
손에 든 채 아버지에게 달려가
아버지의 눈에 입김을
불어넣어 드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아버지, 기운을 내십시오."
하고 말하며
그 약을 눈에 발라 드린 다음,
양손으로 아버지의 눈구석에서부터
흰 막을 벗겨내었다.
그때 토비트는
아들의 목을 얼싸안고
"네가 보이는구나,
내가 눈이 멀었을 때 눈 노릇을
해주던 네가!" 하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감사하였다.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의 크신 이름과
모든 거룩한 천사들이
찬미받아 마땅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모든 천사들이 영원토록
찬미받으시기를 비옵니다.
주님은 저를 채찍으로 치셨으나
이제 저는 제 눈으로
아들 토비아를 봅니다."
토비아는 기쁨에 넘쳐 소리 높이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토비아는
하느님의 돌보심으로 자기 여행에
큰 성과가 있었다는 것과
돈을 찾아왔다는 것과
라구엘의 딸 사라를 아내로 얻게 된
경위와 자기 아내도 같이 오는데
니느웨 성문 가까이 당도해 있다는
것을, 아버지께 보고했다.
토비트는 기쁨에 넘쳐
하느님을 찬양하며
자기 며느리를 맞으러
니느웨 성문으로 나갔다.
니느웨 사람들은
토비트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토비트는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눈을 뜨게 해 주셨다는 사실을
그들 앞에서 분명히 말했다.
토비트는 토비아의 아내 사라에게
가까이 가서 그를 축복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어서 오너라.
너를 우리에게 인도해 주신
네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자.
네 아버지와
내 아들 토비아와 또 너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빈다.
얘야,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평안과 축복과
기쁨을 누려라.”
그날 니느웨에 사는 모든
유다인들이 다 같이 기뻐했다.
그리고 토비트의 조카
아히카르와 나답도 그 집에 찾아와
기쁨을 나누었다.
혼인 잔치가 다 끝나자 토비트는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너와 함께 갔던 그 사람에게
보수를 어김없이 드리도록 하여라.
그리고 정한 보수 외에도
좀 더 얹어드리기를 잊지 마라."
토비아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그 사람에게 보수를
얼마를 드리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 사람 덕분으로
내가 가져오게 된 재산의 절반을
그에게 드려도
나는 아깝지 않겠습니다.
나를 무사하게 인도하고
내 아내의 액운을 면케 해 주고
나를 도와서 그 돈도 찾아올 수
있게 해 주고 또 아버지의 눈도 뜨게
해준 분이 바로 그분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에게 보수를 얼마나
더 드려야 되겠습니까?"
토비트는 자기 아들에게
"얘야, 그가 가져다준 모든 것의
절반을 그가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고 대답했다.
토비아는 라파엘을 불러
"형님께서 가져다주신 모든 것의
절반을 보수로 드리니 받으시고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자 라파엘은
토비트와 토비아를 조용히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느님께서 두 분에게 그토록
많은 은총을 베풀어주셨으니,
하느님을 찬양하고
살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존중히 여겨,
만민에게 분명히 드러내고
하느님께 감사하기를
게을리하지 마시오.
세상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업적은 드러내어
세상에 알리는 것이 좋으며
또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두 분께서는 좋은 일을 하십시오.
그러면 두 분에게는 불행이
닥치지 않을 것입니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올바른 마음으로 자선을
행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황금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자선을 행하는 것이
더 좋은 일입니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건져내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버립니다.
자선을 행하는 사람은
장수하게 될 것입니다.
죄를 짓고 옳지 않은 일을
행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사람입니다.
나는 이제 두 분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사실을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아까 두 분에게
세상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고
하느님의 업적은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당신 토비트가 기도할 때와
또 사라가 기도할 때
그 기도를 듣고 영광스러운 주님께
그 기도를 전해 드린 것이
바로 나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죽은 사람을
묻어주었을 때도
내가 그 사실을
하느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잔치 자리를 박차고
서슴지 않고 일어나서
시체를 묻어주려던 날,
당신을 시험하기 위해
파견된 자가 바로 나였습니다.
또 당신의 눈을 뜨게 하고
당신의 며느리 사라의 액운을
면케 해 주려고
하느님께서 보낸 자도
바로 나입니다.
나는 영광스러운 주님을 시중드는
일곱 천사 중의 하나인
라파엘입니다."
이 말을 들은 그 두 사람은
당황하다 못해 겁에 질려
그 천사 앞에 엎드렸다.
그러나 라파엘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안심하시오.
영원토록 하느님을 찬양하시오.
내가 당신들과 함께 있었지만
그것은 하느님께서
시키셔서 한 것이고
나 자신의 호의에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당신들의 찬양과
찬미를 받으실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당신들은 내가 먹고 마시는 것을
보았지만 내가 정말 먹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보였을 뿐입니다.
주 하느님을 찬양하고
감사를 드리시오.
나는 나를 보내신 분에게로
다시 올라갑니다.
당신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낱낱이 기록하시오. "
이 말을 남기고
라파엘은 하늘로 올라갔다.
토비트와 토비아가 일어나 보니
라파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그 놀라운 일들을 보여주신 것에
그들은 찬양과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드렸다.
토비트는 백 열두 살에
평화로이 죽어,
장엄한 장례식과 함께
니네베에 묻혔다.
토비트가 눈이 먼 것은
육십 이세 때였고 시력을 되찾은
후에도 자선을 행하고
계속해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그분의 위대하심을 널리 선포하였다.
토비트는 죽기 직전에
자기 아들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당부했다.
"얘야, 네 자식들을 데리고
메대로 피신하여라.
나훔을 시켜
니느웨를 두고 예언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나는 믿는다.
그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언자들이
아시리아와 니느웨를 두고 예언한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예언의 말씀은 하나도 남김없이
제때 다 이루어지고야 말 것이다.
그러니 아시리아나 바빌론에
있는 것보다는
메대에 가 있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은
모두 다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또 믿는다.
그 말씀은 한마디도 실패로
돌아가지 않고 다 실현될 것이다.
(중략)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뻐할 것이고
죄와 악을 행하는 자들은
온 땅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얘들아, 내 명령을 잘 들어라.
너희는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여라.
너희의 자녀들을 잘 가르쳐서
올바른 일과 자선을 행하게 하고
하느님을 기억하며
언제나 힘을 다해서
참되게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게 하여라.
얘, 토비아야,
여기 니느웨에 머물러
있지 말고 떠나거라.
네 어머니까지 죽어
내 무덤에 합장한 다음에는
하루도 이곳에서
지체하지 말고 떠나거라.
내가 보니 이곳에는 부정부패와
사기횡령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얘야, 나답이
아키카르에게 한 일을
생각해 보아라.
아키카르가 산 채로 땅속에
들어가야 하지 않았더냐?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파렴치한
행위를 나답에게 직접 되갚으셨다.
그리하여 아키카르는 빛을 보았고,
나답은 아키카르를 죽이려고
꾀했기 때문에 영원한 어둠으로
들어갔다.
아키카르는 자선을 베푼 덕분에
나답이 쳐 놓은 죽음의 올무에서
빠져나오고,
오히려 나답이 그 죽음의
올무에 걸려 자멸했다.
그러니 얘들아,
자선의 결과가 무엇인지,
악의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아두어라.
악의 결과는 죽음이다.
이제 내 숨이 끊어지려 하는구나."
그 후 토비아의 어머니가 죽자
토비아는 어머니를 아버지 무덤에
합장하고,
자기 아내와 함께 메대로 가
엑바타나에서 장인 라구엘과
함께 살았다.
토비아는 늙은 장인, 장모를
잘 모시다가 메대의 엑바타나에
그들을 묻었다.
이리하여 토비아는 자기 아버지
토비트의 재산뿐 아니라 라구엘의
집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토비아는 백십 칠세를 일기로
영광스러운 그의 일생을 마쳤다.
그는 죽기에 앞서 니느웨가
멸망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고
메대의 왕 아하스에로스가
사로잡은 포로들이 메대로
끌려오는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께서
니느웨와 아시리아 백성들에게
행하신 모든 일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했다.
이렇게 토비아는 죽기 전에
니느웨가 당한 운명을 생각하고
기뻐하였으며
영원히 살아 계시는
주 하느님을 찬양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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