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7. 05:25ㆍ카르마의 영혼
토빗기 [5]
그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나자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신랑을 데리고 가서
신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때 토비아는
라파엘의 말을 기억하고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자루에서
물고기 간과 염통을 꺼내어
타오르는 향불 위에 올려놓았다.
그 물고기 냄새를 맡고
귀신은 이집트 땅 먼 곳까지
도망을 가버렸다.
그때 라파엘은 그 귀신을
날쌔게 쫓아가서 손발을 묶고
꼼짝도 못 하게 해 놓았다..
토비아를 데려다준 사람들이
신방에서 나와 문을 닫자
토비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사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일어나시오.
우리 주님께 기도드리며
우리에게 자비와 구원을
내려주시기를 간구합시다. "
사라가 일어나자 그들은 함께
기도를 드리며 그들을 구원해
주시기를 간구하기 시작했다.
토비아는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 조상의 하느님,
찬양받으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세 무궁토록 찬미받게 하소서.
주님이 창조하신 하늘과
만물로 하여금 영원토록
찬양하게 하소서.
주님은 아담을 창조하셨고,
그를 돕고 받들어줄 아내로서
하와도 창조하셨습니다.
그 둘에게서 인종이 퍼졌습니다.
'사람이 혼자 있음은 좋지 않으니,
그를 닮은 짝을 만들어
그를 돕게 하자.'하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지금 이 여자를 아내로
맞는 것은 음욕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참되게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나와 내 아내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늙도록 함께 살게 해 주소서.”
그들은 소리를 합하여
"아멘." 하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그 밤을
지내기 위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라구엘은 밤중에 일어나
자기 하인들을 불러서,
"신랑이 또 죽으면 우리는 사람들의
조롱과 비방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면서 시체 묻을 땅을 팠다.
무덤을 다 판 후에 라구엘은
집으로 돌아가서 자기 아내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하녀 하나를 들여보내어
신랑이 살아 있는지
보고 오게 하시오.
그가 죽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그를 묻어버려야겠소. "
라구엘 부부는 등불을 켜서
신방 문을 열고 하녀를 들여보냈다.
하녀가 들어가 보니 신혼부부는
둘 다 깊이 잠들어 있었다.
하녀는 나와서,
토비아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살아 있다고 그들에게 보고했다.
이 보고를 들은 라구엘 부부는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깨끗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주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영원히 주님을 찬양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나에게
기쁨을 주셨사오니 감사합니다.
내가 염려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셨고
도리어 주님은 놀라운 은총을
우리에게 베풀어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외아들과 외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셨사오니 감사합니다.
주님, 그들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주시고 주님이 주시는
자비와 기쁨을 누리며 일생을
마치게 해 주소서.”
라구엘은 날이 밝기 전에
그 구덩이를 메우라고 하인들에게
지시했다.
라구엘은 자기 아내에게
음식을 많이 장만하라고 이른 다음
목장으로 가서 황소 두 마리와
숫양 네 마리를 끌어다가
하인들을 시켜 잡게 했다.
하인들은 잔치 준비를 시작했다.
라구엘은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열나흘 동안 절대로
이곳을 뜨지 말고 여기 내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먹고 마시게.
지금까지 모든 괴로움에 멍든
내 딸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게..
내 재산의 절반을 당장 줄 테니
자네 아버지에게 갈 때
잘 가지고 가게.
나머지 절반은 나와 내 아내가
죽은 다음 자네들 것이 될 걸세.
여보게 이 사람,
씩씩하게 살아가게.
나는 자네 아버지고
에드나는 자네 어머니일세.
사라가 우리 자식이듯 자네도
이제부터 영원히 우리 자식일세.
그러니 씩씩하게
살아가게.”
그때,
토비아는 라파엘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아자리아 형님,
하인 네 사람과 낙타 두 마리를
거느리고 라게스로 가십시오.
가바엘 댁에 가셔서 이 증서를
내주시고 돈을 받아오십시오.
그리고 그분을 이 혼인 잔치에
모시고 오십시오.
형님이 아시는 대로 제 아버지는
날수를 세고 계실 것입니다.
내가 단 하루라도 더 지체하면
아버지께 걱정을 많이 끼쳐드리게
될 것입니다.
형님은 나의 장인 라구엘이
무슨 맹세를 하셨는지
다 들으셨습니다.
나는 그가 맹세하신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습니다."
라파엘은 하인 네 사람과
낙타 두 마리를 거느리고
메대의 라게스에 있는
가바엘의 집에 가서 머물렀다.
라파엘은
증서를 가바엘에게 넘겨주고,
토비트의 아들 토비아가
장가를 들었다는 소식과
그가 가바엘을 혼인 잔치에
초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가바엘은 곧
봉인한 채로 있는 돈주머니들을
세어서 따로 싸놓았다.
그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
함께 출발하여 잔칫집으로 왔다.
그들이 라구엘의 집에 들어가 보니
토비아는 잔칫상을 받고
앉아 있었다.
토비아가 벌떡 일어나
가바엘에게 인사를 하자
가바엘은 눈물을 흘리며
토비아를 축복해 주었다.
"훌륭하고 착한 젊은이,
자네 아버지도 훌륭하고 착하고
올바른 자선가시네.
주님께서 하늘의 축복을 자네와
자네 아내와 자네 아버지와
자네 장모에게 내려주시기를 비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내가 내 사촌 토비아를 만나니
그의 아버지
토비트를 만난 것 같습니다."
한편 토비트는
자기 아들의 왕복 여행에 드는
날수를 날마다 계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수가 다 차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토비트는
"혹시 그 애가 거기에
붙들려 있는 것이나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가바엘이 죽어서 돈을 돌려줄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근심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 안나는
"그 애는 이제 죽어서 이 세상에는
없어요."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자기 아들 일로
애통해하며 넋두리를 계속했다.
"아이고 내 신세야.
내 눈이 어두울 때 내 빛이 돼줄
너를 어찌하여 내가 떠나보냈던고!"
이 말을 듣고 토비트는
이렇게 위로했다.
"여보, 그만해 두오. 그 애는
무사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아마 그들에게
여의치 않는 일이 생겼나 보오.
그러나 토비아와 같이 간 그 사람
믿을 만한 사람이고
또 우리 동족 중의
한 사람이 아니오? 그러니 여보,
그 애에 대해 근심하지 말아요.
멀지 않아 돌아올 것이오. "
그러나 안나는
"듣기 싫어요, 나를 속이지 마세요.
내 아이는 벌써 죽었어요. "
하고 대꾸했다.
안나는 날마다 밖으로 뛰쳐나가
자기 아들이 떠났던 길을 살펴보며
아무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안나는 해가 진 다음에 집에
돌아와서도 밤새도록 슬프게
흐느껴 울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라구엘은 토비아에게
"여보게, 좀 더 있게.
나와 함께 좀 더 지내세.
자네 춘부장께는 사람을 보내어
자네 소식을 전해 드리겠네. "
하고 말했다.
토비아는
"결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어서 집으로 가야겠으니 제발
여기를 떠나게 해 주십시오. "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라구엘은 서슴지 않고
토비아에게 그의 신부 사라를
내어줄 뿐 아니라
남 종과 여종, 소와 양,
나귀와 낙타, 옷과 돈과 그릇 등
자기 재산의 절반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무사히 지내던
토비아 일행을 떠나보내며
그를 끌어안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게, 잘 가게. 아무 탈 없이
돌아가기를 바라네.
하늘에 계신 주님께서
자네 아내 사라를 잘 돌보아
주시기를 비네.
내가 죽기 전에 자네들이
낳은 자식들을 보게 되었으면.”
그리고 나서 자기 딸 사라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제 네 시댁으로 가야 한다.
이제부터 시부모는 너를 낳은
우리와 똑같은 부모님이시다.
얘야, 잘 가거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너에게서
희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그는 끌어안고 작별 인사를
나눈 다음 그들을 떠나보냈다.
그때 에드나도 토비아에게 말했다.
"자네는 내 사랑하는
자식이고 사위일세.
주님께서 자네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시기를 비네.
내가 죽기 전에 자네와
내 딸 사라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보게 되기를 바라네.
내가 주님 앞에서 내 딸을
자네에게 맡기니 잘 보살펴 주게.
평생토록 내 딸을
슬프게 하지 말게.
자, 잘 가게.
이제부터 나는 자네 어머니고
사라는 자네의 사랑하는 아내일세.
주님께서 우리를 다 같이
평생토록 잘 보살펴 주시기를.”
에드나는 그 둘에게 입을 맞춰주고
무사히 떠나보냈다.
토비아는 건강한 몸과
유쾌한 기분으로 라구엘을 떠나가며
자기의 여행을 성과 있게 해 주신
천지의 주재이시며
만물의 왕이신 하느님을
찬양했다.
마지막으로 라구엘이
토비아에게 한 말은 이러했다.
"자네가 주님의 축복을 받아,
자네 부모의 여생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기를 나는 비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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