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0. 15:19ㆍ카르마의 영혼
<영혼의 자서전 (1)>
봄베이 리젠트
호텔 방에 앉아 있는데,
크리슈나의 영광스런 형체가
깜빡이는 광휘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길 건너편 높다란 건물의
지붕 위를 밝게 비추던
형언할 수 없는 환시는,
3층 객실의 길게 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내 시야에서
갑작스럽게 폭발했다.
신성한 형체가
나에게 손짓하며 미소와
끄덕임으로 인사를 보내왔다.
내가 미처 주 크리슈나의
정확한 메시지를 이해하기도 전에
그 형체는 축복의 몸짓을
전하고 떠나갔다.
엄청나게 고양된 나는
무언가 영적 사건이 예고되어
있음을 느꼈다.
당시 나의 서양 순회 여행은
잠시 미뤄진 상태였다.
그래서 벵골을 다시 찾기에 앞서
봄베이에서 몇 차례 공개 강연을
할 참이었다.
1936년 6월 19일, 그러니까
크리슈나 환시가 나타난 지 꼭
일주일 지난 오후 세 시 무렵,
봄베이 호텔 침대 위에
앉아 있던 나는
갑자기 아름다운 빛으로 인해
명상 상태서 깨어났다.
놀란 내 눈앞에서
방 전체가 이상한 세계로 변하더니
햇빛도 천상의 광휘로 바뀌었다.
스승 스리 유크테스와르의
피와 살을 갖춘
형체를 본 나는,
환희의 파도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아들아!"
얼굴 가득 천사 같은 미소를 띤
스승이 부드럽게 나를 부르셨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스승 발밑에 엎드려
인사하는 것도 잊은 채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스승을 끌어안았다.
정말로 극적인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
무한히 쏟아지는 축복에 비하면,
지난 몇 달 동안의 고뇌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의 스승이시여,
제 가슴속의 주인이시여,
어찌하여 저를 떠나셨습니까?"
나는 어마어마한 재회의 기쁨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왜 저를 쿰 메일러에 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셨습니까?
스승님 곁을 떠났던 자책감은
너무나 큰 괴로움입니다."
"순례 명소를 보려는 너의 행복한
기대감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곳은 내가 바바지님을
처음 만났던 장소지 않느냐.
나는 다만 잠시 너를
떠난 데 불과할 따름이다.
이제 이렇게 다시
너와 함께 있지 않으냐?”
"그렇지만 스승님,
살아 계실 때와 동일한
'신의 사자(Lion of God)'이신가요?
그 잔인한 푸리의 백사장 아래
제가 묻어드린 육신을
입고 계신 겁니까?”
"그렇다, 나의 아들아.
나는 그 몸과 같다.
피와 살이 있는 육신이다.
나는 이를 에테르로 보지만
네 눈엔 분명 물질로 보일 것이다.
나는 네가 꿈의 세계에 속한
푸리의 백사장 아래 묻었던,
우주의 꿈이 만든
그 육신과 똑같은 우주의 원자들로
완전히 새로운 몸을
창조해 냈다.
나는 진실로 부활한 것이다.
지상이 아닌 영계의
행성(astral planet)에서 말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 지상의 인류보다 훨씬 더
나의 이념과 이상을 훌륭하게
만족시켜주고 있다.
너와, 네가 사랑하는
높은 차원의 영혼들도
언젠가는 거기서
나와 같이 만나게 될 것이다."
"죽음을 넘어선 구루시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십시오!"
스승께서는 잠시
유쾌한 미소를 지으셨다.
"사랑하는 아들아,
날 좀 느슨하게 잡을 수 없겠느냐?"
"아주 조금만 느슨하게
잡겠습니다!"
나는 그때까지도
마치 문어처럼 스승을
꽉 껴안고 있었다.
과거에 스승의 몸에서 풍겼던
특유의 자연스럽고 향긋한 내음이
희미하게 감지되었다.
지금도 영광스러운 그때를 회상할
때마다 팔 안쪽과 손바닥에는,
그분의 신성한 살을 만졌던
그 순간의 떨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선지자들이
인간을 도와 업을 소진시키도록
이 땅에 보내졌듯,
나 역시 구원자로서 영계에서
일하도록 신에 의해 위임받았다."
스승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곳은 히라냘로카,
즉 '깨달은 영계'라고 부른다.
나는 거기서
진보된 존재들이
영적 업을 소멸시켜
영계의 윤회에서 벗어나
해방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히라냘로카에 거주하는 자들은
영적으로 고도의 진보를 이룩했다.
그들 모두는 지상으로 왔던
마지막 환생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물리적 육신을
떠날 수 있는 힘을
명상 수행으로 획득했다.
지상에서 사비칼파 사마디(유상삼매)
단계를 넘어
니르비칼파 사마디(무상삼매)에 든
상태서 임종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히라냘로카(깨달은 영계)에
들어갈 수 없다.
히라냘로카에 거주하는 자들은
이미 일반 영계를 통과한 상탠데,
일반 영계는
지상을 떠나는 거의 모든 존재가
죽을 때 반드시 들어가는 차원이다.
히라냘로카의 거주자들은
일반 영계서 자신의 과거 행위와
관련된 수많은 카르마(업)의 씨앗을
없애버린 상태다.
진보된 수행자들만이 영계에서
그와 같은 구원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들 고차원 존재들은
영체에 깃든 모든 업의 자취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완전히
해방시키기 위해서
우주 법칙에 이끌려, 영계의 태양
혹은 천상인 히라냘로카에
새로운 영체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 존재들을 돕기 위해
내가 바로 그곳에 머물러 있다.
또한 히라냘로카에는
보다 차원 높고 미묘한
근원계(코잘계)로부터 온
고도로 진보한 존재들도 있다."
이제 내 마음은 구루의 마음과
완전히 조화를 이뤄서,
그림 같은 이런 설명도
일부는 말로,
일부는 생각에서 생각으로
전달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생각이 든 알약을
즉석에서 받아먹을 수 있었다.
스승은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너도 경전에서 읽었을 것이다.
신이 인간의 영혼을
차례대로,
세 종류의 몸 즉 상념적인 또는
근원적인 몸(causal body)과
정신적이고 정서적 본성이 자리한
미묘한 영적인 몸(astral body)을
거친 물리적인 몸(physical body)
속에 집어넣는다는 것을 말이다.
지구상 인간은
육체적 감각을 갖추고 있으며,
영계의 인간은
의식과 감정과 생명자(프라나)로
이루어진 몸을 사용한다.
근원체를 가진 존재들은
기쁨이 넘치는 상념의 세계에
머무르게 된다.
내가 하는 역할은
근원계로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영계의 존재들과 관련된 것이다."
"존경하는 스승님, 영계 우주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스승의 부탁에 따라
팔에 힘을 약간 빼긴 했지만
아직도 팔로 그분을 감싸고 있었다.
보배 중의 보배인 나의 구루가
죽음을 비웃으며
내게 접근하신 것이다!
스승께서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곳에는 영적 존재들로 가득 찬
많은 영계가 있다.
그곳의 주민들은 영계의 비행기인
빛 덩어리를 이용해
이쪽 영계에서 저쪽 영계로
전기나 방사선 에너지보다
훨씬 빠르게 여행을 다닌다.
여러 가지 미묘한 빛과
색의 진동으로 이루어진
영계의 우주는,
물리적 우주보다
수백 배나 크다.
모든 물질적 창조물을 다 합쳐도
그 총량은, 영계라는 반짝이는
거대한 풍선 밑에 매달린
딱딱한 소형 바구니에 불과하다.
수많은 물리적 태양과 별들이
우주 공간을 이리저리 움직이듯,
영계의 우주에도
무수한 태양계와 항성계가 있다.
그곳 행성들은
물질계의 해와 달보다 훨씬
아름다운 해와 달을 가지고 있다.
영계의 해와 달들은
북극광을 닮았는데,
영계의 햇빛 오로라는
부드러운 달빛 오로라보다
훨씬 눈이 부시다.
또 영계의 낮과 밤은
지구의 낮과 밤보다 더 길다.
영계는 무한히 아름답고 깨끗하고
순결하며 정돈된 곳이다.
그곳에는 죽은 행성이나
황폐한 땅도 없으며,
지구상의 오점인 잡초나 박테리아,
해충이나 뱀도 없다.
기후가 변덕스럽고
계절이 나뉘는 지구와 달리,
영계의 행성은 영원한 봄으로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때론 하얗게 빛나는 눈이 오거나
여러 가지 색채의 비가
내리기도 한다.
또 영계 행성에는 오팔 색 호수와
환한 바다, 무지갯빛 강들이 많다.
‘히라냘로카라’와 좀 더
미묘한 영계의 천상을 제외한
일반 영계엔,
비교적 근래에 지구에서 온
수백만의 영적 존재들이 거주하며,
또한 수천의 요정, 인어, 물고기,
동물, 요괴, 난장이, 반神, 정령 등이
각각의 카르마에 따라
자신의 위치에 맞는 서로 다른
영계에서 거주한다.
다양한 영계의 저택들과
혹은 진동하는 구역들은
선한 영들과 악한 영들을 위해
각각 마련되어 있다.
선한 영들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지만,
악한 영들은
제한된 구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지구상에서
인간은 땅 위서 살고,
벌레는 땅속서 살고,
물고기는 물에서 살고,
새는 하늘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등급을 가진
영계의 존재들도
제각각 적당한
진동 구역에서 거주한다.
다른 세계로부터 추방된
타락한 검은 천사들 사이에선
생명자 폭탄이나, 만트라 진동
광선들을 가지고 벌이는
다툼과 전쟁이 일어난다.
이런 존재들은,
영계 우주의 좀 더 낮은 차원에
마련된 어둠침침하고
음습한 구역에 거주하면서
자신들 악업을 소진시킨다..
어두운 영계 감옥 위에
자리 잡은 광대한 영역은
모두 다 찬란하고 아름답다.
영계의 우주는
지구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신의 의지와
완성 계획에 맞춰져 있다.
영계의 모든 사물은 우선 적으로
신의 의지에 따라 나타나고,
그다음에 부분적으로는
영계 존재들이 요구하는
의지에 따라 나타난다.
그들은 창조주가 이미 창조한
어떤 형태나 아름다움을 고쳐서,
더 고귀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창조주는 영계에
거주하는 자녀들에게
각자 의지대로 영계를 변화시키고
개선할 수 있는 자유와
특권을 주었다.
지구에서는 고체가 자연적 과정이나
화학적 절차를 거쳐야만
액체나 기체로 탈바꿈하지만,
영계의 고체는
단지 거주자들의 의지에 따라
즉각적으로 액체나 기체,
혹은 에너지 등으로 변화한다.
지구는 바다에서, 육지에서, 하늘에서
전쟁과 살인으로 검게
얼룩져 있지만,
영계는 행복한 조화와
평등밖에 모른다.
영계의 존재들은 자신의 형체를
마음대로 나타나게 할 수도 있고
또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꽃과 물고기, 짐승이
잠시 영계 인간의 모습으로
몸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영계의 모든 존재 들은,
어떤 형태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쉽게 사귄다.
이렇듯 절대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자연법칙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으므로,
이를테면 영계의 어떤 나무가
영계의 망고나 원하는
다른 과일, 혹은 꽃,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물체까지 열매 맺게 할 수 있다.
카르마에 따른 제약이 있긴 하지만
영계에서 원하면,
여러 가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선
차별이 없다.
모든 것이
신의 창조적 빛으로 진동한다.
아무도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는다.
영적 존재들은 자신이 가진
우주적 의지의 도움을 받아
영적으로 응축된 특별한 형태의
자손을 물질화하기 때문이다.
근래에 육체를 떠난 존재는,
비슷한 정신적 혹은 영적 성향에
이끌려 특정 영계 가족에게로 간다.
영계의 신체는 추위나 더위 혹은
다른 자연조건에 지배받지 않는다.
신체 조직은 영적인 뇌와,
(빛으로 이루어진 수천 장의 연꽃잎)
수슘나에 있는 여섯 곳의
(뇌척수의 축)
각성 중추들을 포함한다.
심장은 영적인 뇌로부터
우주 에너지와 빛을 끌어와서
영적 신경들과 신체 세포 혹은
생명자로 펌프질해 보낸다.
영적 존재들은 생명자의 힘이나
만트라 진동에 의해 자신의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적인 신체(영체)는
과거의 물리적 신체(육체)와
정확히 같다.
영계인(영적 존재)의 얼굴과 몸매는
지상에서 머물렀던 기간의
젊은 시절 모습과 같다.
때론 나처럼 노년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겠다고 하는 영계인도 있다."
스승은 젊음의 정수를 발산하며
껄껄 웃으셨다.
오직 오감에 의해서만 지각하는
3차원적 공간인 물질계와 달리
영계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육감이
곧 직관으로 보는 세계다.
영계인은 순전히 직관적 감각에
의지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진다.
영계인은 눈이 셋인데,
그중의 둘은 부분적으로 감겨 있다.
영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눈은
떠져 있는 상태로
이마 위에 수직으로
놓여 있다.
영계인도 외부의 감각 기관, 곧
눈, 코, 귀, 혀, 피부 등을
모두 갖고 있지만,
직관적 감각을 사용해서
신체의 어떤 부위로든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영계인은
귀로도 볼 수 있고,
코로도 볼 수 있으며,
피부로도 볼 수 있다.
또 눈이나 혀로도 들을 수 있으며,
피부로도 맛을 볼 수 있다.
인간의 물리적 신체는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
쉽게 상처를 입거나 불구가 된다.
하지만 천상의 영계 신체는
잘리거나 상처를 입더라도
의지만으로 즉시 치료된다."
"구루지, 모든 영계인은
아름답습니까?"
"영계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외형이 아니라 영혼의
자질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영계인은 얼굴 모습에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계인에게는
의지에 따라,
새롭고 다채롭게
영적으로 현현된 신체로
꾸밀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속세의 인간이 축제를 위해
새 옷을 입듯이
영계인도 특별히 계획한 형태로
자신을 꾸며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존재가 영적 진보를 통해
영계서 해방되어
근원계 천상에 들어갈
준비가 됐을 때,
히라냘로카(깨달은 영계)와 같은
고차원 영계의 행성에서는
즐거운 축제가 벌어진다.
그런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천상의 아버지'와,
그분과 합일된 성자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몸을 현현시켜
영계의 축제에 참가한다.
창조주는 당신에게 귀의한
사랑스러운 존재를
기쁘게 하기 위해
어떤 형체든
그가 원하는 대로 취한다.
만약 그 존재가
헌신을 통해 경배했다면
그는 성모로의 신을 보게 된다.
예수에게는, 무한자에 담긴
아버지의 속성이 다른 어떤
개념보다 호소력이 강했다.
창조주가 피조물 각각에게
부여한 개성은,
상상할 수 있거나
혹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재다능함을 주님은 요구한다!"
-영혼의 자서전(2) 계속-
출처: 파라마한사 요가난다
-영혼의 자서전-
<이룰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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