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5. 05:36ㆍ카르마의 영혼
<감춰진 눈물 슬픈 미소>
“저 사람이 발레리아 어린 딸의
병을 고쳐 준 나자렛 사람이야”
하고 한 로마인이 말한다.
“나도 기적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
하고 다른 로마인이 대답한다.
“나는 저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싶네.
저 사람이 위대한 철학가라는군.
우리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해볼까?”
하고 그리스인이 묻는다.
“테오다트 상관하지 말아,
저 사람은 바라는 것만을
설교한단 말이야.
저 사람은 풍자 시를 읊는
비극 배우였으면 어울렸을 거야”
하고 다른 사람이 대답한다.
“걱정마, 아리스토불,
저 사람은 구름 타고 내려와서
땅 위를 걷는 중인 거야.
저 사람,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보이나?” 하고
한 로마인이 농담을 한다.
“아니, 저 여자,
막달라의 마리아야!” 하고
한 그리스 사람이 외친다.
“루치우스! 꼬르넬리우스!
띠뚜스! 아니, 보라고,
마리아야!”
하고 부른다.
“천만에, 마리아가 아냐!
마리아가 저런 차림을 하고 있다니!
자네 취했나?”
“마리아라니까.
저렇게 변장하고 있어도
내 눈은 속일 수 없어.”
로마인들과 그리스인들이
회랑과 분수가 많은 광장을
비스듬히 건너질러 가는
사도들의
집단 곁으로 모여든다.
여자들도
구경꾼과 합류한다.
그리고 마침
마리아를 더 자세히 보려고
거의 그의 베일 밑으로
다가온 한 여자가
틀림없이 마리아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 여자는
“너 그런 옷 입고 뭐 하냐?”
하고 물으며 냉소한다.
마리아는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바르게 하고, 손을 들어 베일을
뒤로 젖혀 얼굴을 드러낸다.
그러자 비열한 모든 것들 위에
군림했던 귀부인,
하지만 자기 느낌을
억누를 줄 아는 막달라의
마리아가 나타난다.
“그래, 나야,” 하고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한다.
“나예요. 내가 이 성인들과 함께
있는 걸 부끄러워한다고
당신들이 생각할까 봐
베일을 벗는 겁니다.”
“오! 오! 마리아가
성인들과 함께 있다니!
아니, 그 사람들 그냥 내버려 둬!
너 자신 모욕하지 말고!” 하고
그 여자가 말한다.
“나 자신을 모욕한다고?
나는 지금까지 그랬어.
그러나 이제 나는,
모욕을 당하는 사람이 아니야.”
“아니, 너 미쳤니? 그렇지 않으면
변덕이라도 부리는 거니?” 하고
그 여자가 말한다.
로마 남자 하나가 마리아를 흘낏
바라보며 건방진 투로 말한다.
“나하고 같이 가자.
인생을 괴롭히며 을씨년스럽게 하는
그 수염 달린,
울면서 노래하는 것 같은
저 사람보다는 내가 더 아름답다.
인생은 아름답다! 승리다!
기쁨의 대향연이다!
오너라.
내가 모든 사람보다 뛰어나게
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하고,
얼굴이 뾰족하지만 기분 좋게
생긴 약간 갈색 머리의 젊은이가
마리아를 만지려 하며 말한다.
“비켜! 나를 만지지 말아요.
당신이 제대로 말했어요.
당신들이 하는 생활은 진탕 마시고
즐기는 생활이고,
그것도 가장 부끄러운
타락과 방탕의 생활이에요.
나는 그것에 싫증이 났어요.”
“오! 오! 얼마 전만 해도
그게 네 생활이었는 걸” 하고
그리스 사람이 대답한다.
“이제는 처녀인 체하는구먼”
하고 헤로데 당원이 놀린다.
"너는 성인들을 망친다.
네 나자렛 선생은 너하고 있으면
그의 후광(後光)을 잃을 거다.
우리와 같이 가자 “ 하고
어떤 로마 사람이 계속 말한다.
“당신들도 나처럼 선생님을 따르시오.
이젠 짐승 노릇 그만두고,
적어도 사람 같게나 되시오.”
일제히 웃고 놀리는 소리로
마리아에게 대답한다.
어떤 늙은 로마인이 말한다.
“여인을 존중하게.
이 여자는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자유가 있어.
나는 이 여자를 변호하네,”
“선동정치가! 어제저녁 마신
술 때문에, 몸이 아픈 겁니까?”
하고 한 청년이 묻는다.
“아니야, 등이 아파하는 걸 보면
건강염려 환자야”
하고 다른 사람이 대답한다.
“등 긁어 달라고
나자렛 사람에게 가보시오.”
“자네들하고 교제해서 묻힌 진흙
긁어내 달라고 그리로 가겠네”
하고 노인이 대답한다.
“아이고! 그리스푸스가 예순 살에
난봉 부렸다네!” 하고 많은 사람이
그를 빙 둘러싸고 놀린다.
그러나 그리스푸스라고 불린 사람은
비웃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 계신 곳으로 가는
막달라 마리아의 뒤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예수께서 어떤 광장의 두 쪽에
걸쳐 있는 반원형의 매우 아름다운
건물의 그늘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성지인 티베리아에
그런 사람과 같이 왔다고 비난하는
율법 교사와 벌써 다투고 계시다.
“그럼 당신은 왜 여기 왔소. 왜
내가 티베리아에 온 걸 비난하시오?
그리고 티베리아에도,
아니 다른 어떤 곳보다도
여기서 구해야 할 영혼이
더 많다고 말하겠소”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 영혼들은
구원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이방인들이고
이교도들이고 죄인들입니다.”
"나는 죄인들을 위해 왔소. 모든
사람에게 참 하느님을 알게 하려고.
그리고 나는
당신을 위해서도 왔소. “
“나는 선생도
구세주도 필요 없어요.
나는 깨끗하고 유식하니까.”
“당신은 적어도 당신 처지를 알
정도만큼 유식했으면 좋겠소!”
“그런 선생은 창녀와 같이 다니는
것이, 얼마나 선생에게 불리한지
알았으면 좋겠군요.”
“나는 이 여자를 대신해서
당신을 용서하오.
이 여자는 겸손으로
그의 죄를 없애고 있소.
그런데 당신은 교만으로
당신 죄를 곱절로 만들고 있소.”
“나는 죄가 없어요.”
“당신은 가장 큰 죄를 가지고 있소.
당신은 사랑이 없소.”
율법 교사는 “라까”라고 말하며
예수께 등을 돌린다.
“선생님, 제 탓입니다!”
하고 막달라 마리아가 말한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가
창백해지시는 것을 보고 괴로워한다.
“용서해 주세요. 저 때문에
아드님이 모욕을 당하십니다.
제가 물러가겠습니다.”
“아니다, 너는 그대로 남아 있어라.
내 명령이다” 하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리고 눈이 하도 빛나고 몸 전체에
얼마나 큰 지배력이 느껴지는지
거의 쳐다볼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 다음 더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너는 그대로 남아 있어라.
그리고 누가 네 곁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으면,
그 사람이 가라고 해라.”
그리고 예수께서는 도시의
서쪽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나신다.
“선생님!”하고
막달라 마리아를 변호하던
뚱뚱한 나이 많은 로마인이 외친다.
예수께서
돌아다보신다.
“저들이 선생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에
나도 선생을
선생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나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걸
듣기 바랐습니다.
나는 반은 철학자고
반은 쾌락 추구자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마도 날 성실한
사람으로 만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그를 똑바로
바라보시고 말씀하신다.
“천한 인간의 동물성이 판을 치고,
나를 극도로 업신여기는
이 도시를 떠납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하신다.
그 사람은
예수의 걸음이 빠르고
그는 뚱뚱하고
많이 늙어 보이고,
또 악습으로 둔해졌기 때문에
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애를 쓰고 따라온다.
베드로가 뒤돌아보고
그 일을 예수께 알린다.
“좀 걸으라고 내버려 두어라.
걱정하지 말고”
조금 후에는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우리를 계속
따라오는데요. 이건 좋지 않습니다!”
“왜? 동정으로 그러느냐,
아니면 다른 동기가 있느냐?”
“그 사람을 동정해서요? 아닙니다.
그 조금 뒤에는 아까
그 율법 교사가
다른 유다인과 같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 하는 대로
내버려 두어라.
그러나 너는 너보다 그 사람들을
동정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선생님을 동정하는 것입니다.”
“아니다, 너를 동정하는 것이다.
네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인정할 만큼 솔직해라.”
“저는 정말
저 늙은 사람을 동정합니다.
선생님을 따라오느라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하고
베드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한다.
“완전을 따라가려면 언제나
애를 쓰는 법이다, 시몬아.”
그 사람은 여자들 곁에 있으려고
애를 쓰며 끈기 있게
그들을 따라온다.
그러나 여자들에게는 결코
말을 걸진 않는다.
막달라 마리아는 베일 속에서
말없이 울고 있다.
“마리아, 울지 말아” 하고
성모님이 그를 위로하시려고
손을 잡으시며 말씀하신다.
“이다음에는 세상 사람들이
너를 존경할 거야.
처음 얼마 동안이 제일 힘든 거야.”
“아이고! 저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만일 저 때문에 선생님이
해를 입으시면
저 자신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율법 교사가 한 말 들으셨습니까?
저는 선생님의 명예를
위태롭게 합니다.”
“가엾어라!
그러나 그런 말들은 네가
예수에게 올 생각 하기 전부터도
예수 주위 사람들로부터 뱀들의
새액새액 하는 휘파람 소리가
났다는 걸 모르느냐?
시몬이 말했던 건데,
작년에 예수가 죄녀였던 어떤
여자 문둥병자를 고쳐주었는데,
그 일 가지고도 그들은
예수를 비난했단다.
그 여자는 나보다 더
나이도 많은 사람이고,
또 기적을 행할 때 보고,
그 뒤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 네 자매 중 한 사람인
불행한 여자가, 구원을 받으려고
‘고운 내’로 갔었기 때문에
예수가 그곳을 피해서
나와야 했다는 것을 모르느냐?
예수는 죄가 없는데
그들이 어떻게 비난하겠니?
거짓말로 하는 거겠지.
그런데 그 거짓말을
어디서 얻어내겠니?
사람들 가운데 하고 있는
그의 사명들에서 찾아낸다.
착한 행위들을 가지고
그들은 죄의 증거라며 내놓는다.
그래서 내 아들이 무슨 일을 하건
그들에겐 언제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만일 내 아들이 외진 곳
오두막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하느님의 백성을 소홀히 하는
잘못을 저지름이 될 것이고,
하느님의 백성에게 내려오면,
그렇게 하는 게 또 잘못인 것이다.
결국 그들이 보기엔 내 아들이
항상 잘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극단적인 악의가 있군요!”
“아니다. 그 사람들은 고집스럽게
빛을 안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내 예수는 영원히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언제나 그럴 것이고,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다.”
“그런데 어머님은
그것이 괴롭지 않으십니까?
제가 보기에는 어머님이
너무나 침착하신데요.”
“그런 말 말아라.
내 마음은 항상 찌르는 가시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내가 숨을 쉴 때마다 그 가시들이
내게 상처를 주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아들이
그걸 알아서는 안 된다!
나는 아들을 내 침착으로
뒷받침해 주기 위해
그렇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어미가 그의 기운을
돋워 주지 않으면,
내 예수가 어디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겠니?
그렇다고 모욕을 당하거나
중상을 입더라도 누구 가슴에
머리 기대어 위로받을 수 있겠니?
그래서 나는 진작부터,
내 마음을 괴롭히는 가시와
외로울 때 삼키는 내 눈물은
마음 쓰지 않고,
오직 내 아들을 더 걱정 없게…
더 안심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아한 사랑의 겉옷을 입고
미소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증오의 물결이 너무나 심해서,
어미의 사랑도 소용없게 될
그 순간까지는 말이다…”
두 줄기 눈물이 성모님의
창백한 얼굴에 흘러내린다.
두 자매는 심한 충격을 받고
성모님을 쳐다본다.
“그렇지만 선생님께는 선생님을
사랑하는 저희가 있습니다.
사도들도 있고요” 하고
성모님을 위로하려고
마르타가 말한다.
“그래, 너희들이 있고,
사도들도 있다.
… 하지만 아직 그들이 맡은 일을
감당하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리고 또한 그것을
내 아들이 모두 알고 있기에
내 고통은 더 심하다….”
“그러면 선생님은
제가 필요하다면
저를 제물로 바치려는
선생님께 대한 순종함을
알고 계시겠군요?”
하고 막달라 마리아가
묻는다.
“알고 있다. 너는 그의
힘든 길에 큰 기쁨이 된다.”
“오! 어머님!”하고
막달라 마리아는 성모님의
손을 잡고 감격하여 입맞춤한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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