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9. 06:33ㆍ카르마의 영혼
<악인 악행의 최후>
먼지가 뽀얗게 일어나는 길로
무장을 한 사람들의 집단이 온다.
여섯 명인데, 그들과 같이
여러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온다.
목자들은 바라보고 자기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린다.
그리고 성모님과 예수를 쳐다본다.
제일 나이 많은 목자가 말한다.
“오늘 저녁 베들레헴에 들어가지
않으시는 것이 다행입니다.”
“왜요?”
“지금 막 지나간 저 사람들은
읍내로 들어가는데,
어떤 어머니한테서 아들을 빼앗아
가려고 가는 겁니다.”
“아이고! 그렇지만 왜 그래요?”
“죽이려고요.”
“아이고! 맙소사!
무슨 일을 했기에 죽여요?”
예수께서도 그것을 물으신다.
그리고 사도들도 들으려고
가까이 다가온다.
“산길에서 돈 많은 요엘이
피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요엘은 시카미논에서 돈을 많이
가지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도둑들이
한 짓이 아니었습니다.
돈은 죽은 사람 몸에
그대로 있었으니까요.
요엘과 같이 여행을 했던 하인의
말로는, 주인이 돌아온다는 것을
먼저 가서 알리라고 했는데,
살인이 난 장소에 갔더니
지금 죽이러 가는 청년
혼자만 있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 뒤 마을 사람인 두 사람도
그 청년이 요엘을 습격하는 것을
봤다고 맹세했답니다.
그래서 지금 죽은 사람 친척들이
젊은이를 죽이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일
그 청년이 살인자라면….”
“당신은 그걸 믿지 않습니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젊은이는 소년기를 이제 막 지난
나이고 착합니다.
그 젊은이는 외아들인데
항상 어머니와 같이 살고,
어머니는 과부인데,
거룩한 과부입니다.
그 청년은 재산도 있고,
여자들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 젊은이는 싸움꾼도 아니고
미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을
죽였겠습니까?”
“그렇지만 원수들이
있는지도 모르지요.”
“누가요? 죽은 요엘 말입니까?
아니면 죽였다고 비난받는
아벨 말입니까?”
“비난받는 사람 말입니다.”
“아!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건 모르겠습니다.”
“여보시오, 솔직히 말하시오.”
“주님, 이건 제가 생각하는 것인데,
이사악이 이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죄 없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선 말하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만일 제가 말을 하면,
제 말이 옳건 그르건 저는
여기선 도망쳐야 할 것입니다.
아세르와 야곱은
유력자들이니까요.”
“염려 말고 말하시오.
당신은 도망칠 필요 없을 것입니다.”
“주님, 아벨의 어머니는
아름답고 젊고 얌전합니다.
아세르는 품행이 단정하지 않고
야곱도 그렇습니다.
아세르는 과부를 좋아하고,
야곱은… 그가 요엘의 처와
정을 통한다는 것을
마을에서는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알았습니다. 친구들, 가자.
여자들은 목자들과 여기
있도록 해요. 곧 돌아올 터이니까.”
“아니다, 아들아.
나도 같이 가겠다.”
예수께서는 시내 중심지로
빨리 가신다.
목자들은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예수를 따라가시는 성모님과
알패오의 마리아를 빼놓고,
모든 여자들과 같이 남아 있는
가장 나이 어린 목동에게
양 떼를 맡기고,
사도들 무리를 따라잡으려고
걸음을 재촉한다.
베들레헴의 제일 큰길을 가로지르는
셋째 교차로에서 일행은
가리옷 사람과 시몬과
베드로와 야고보를 만났는데,
이들은 쉴 새 없이
요란한 손짓을 하고
큰 소리로 떠들면서 온다.
“선생님, 기막힌 사건입니다!
기막힌 사건이요!
그리고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하고 베드로가 엉망이 된
얼굴로 말한다.
“한 아들을 죽이려고 어머니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갑니다.
어머니는 하이에나처럼
아들을 방어합니다.
그러나 여자 몸으로
무장을 한 여러 사람에 대항하니”
하고 열성 당원 시몬이 덧붙인다.
“그 여자는 벌써 여기저기서
피를 흘립니다” 하고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여인이 자기 집 대문을 꽉 잠갔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대문을
부수었습니다”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을 끝맺는다.
“그 여자를 가서 만나겠다.”
“그러세요, 예! 선생님만이
그 여인을 위로하실 수 있습니다.”
일행은 마을 중심지를 향하여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왼쪽으로 돈다.
아벨의 집 근처로 몰려들어
심하게 움직이는 소란스러운
군중이 벌써 보이고,
비통하고 끔찍하고 사납고
그러면서도 불쌍한 여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예수께서 서둘러
소란이 극도에 달해 있는
아주 작은 광장에 이르신다.
광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길이 좀 넓어진 곳이다.
여인은 경비병들에게 아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
여인은 쇠 발톱처럼 된
한 손으로는
무너진 문 조각에 매달리고.
또 한 손으로는 아들의
허리띠에 매달려 있다.
만일 누가 그를 아들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하면
그를 사납게 물며,
매를 맞는 것도 머리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사납게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고통도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물지 않을 때는
이렇게 부르짖는다.
“내 아들을 놔라! 살인자들아!
내 아들은 죄가 없다!
요엘이 맞아 죽던 날 밤에
내 아들은 내 곁에 침대에
누워있었다!
살인자들! 살인자들!
중상하는 자들!
더러운 놈들! 위증자들!”
그를 납치해 가려는 자들에게
어깨가 붙잡히고 팔이 끌리는
젊은이는 엉망이 된 얼굴로
뒤돌아보며 외친다.
“엄마! 엄마,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내가 왜 죽어야 해요?” 하고.
그 젊은이는 검고 부드러운 눈에
가볍게 곱슬곱슬한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키가 크고 날씬한 미남자다.
찢어진 그의 옷 사이로
거의 어린이 몸처럼 나긋나긋한
젊은 육체가 보인다.
예수께서 같이 오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꽉 들어찬 군중을
헤치고 길을 내어
하찮은 집단이
있는 데까지 가신다.
그때 바로 힘이 다 빠진 여인이
문짝에서 낚아채져
아들 몸에 묶인 부대 자루처럼
길바닥 돌들 위로 아들과 함께
질질 끌려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몇 미터밖에
계속되지 못한다.
더 맹렬한 일격이 어머니의 손을
아들의 허리띠에서 떼어내니
여인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얼굴을 땅바닥에 세게 부딪히고
피를 더 많이 흘린다.
그러나 여인은 즉시 무릎을 꿇고
다시 일어나 두 팔을
앞으로 내민다.
그동안 그들이 잘 비켜지지 못하는
군중들을 헤치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끌고 가려는데
그 아들은 왼팔을 빼서
몸을 뒤로 뒤틀며 흔들고 외친다.
“엄마 안녕! 엄마만이라도
내가 죄가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여인은 미친 여자와 같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다가
기절해서 땅에 쓰러진다.
예수께서는
경비병 집단 앞에 가서 서신다.
“잠깐 멈추시오. 명령이오!”
하고 말씀하시는데,
그분의 얼굴은
대꾸를 용납하지 않는 얼굴이다.
“당신은 누구요?” 하고
그 집단의 한 민간인이
공격적 어조로 묻는다.
“우린 당신을 알지 못하오.
비키시오, 그리고 밤이 되기 전에
이놈을 죽이게 내버려 두시오.”
“나는 사람을 가르치는 선생이오.
가장 위대함을 가르치는 선생.
야훼의 이름으로 명하니, 멈추시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당신들에게 벼락을 내리실 거요.”
이때 예수께서는
벼락을 치실 것 같다.
“누가 이 젊은이에 대한 증인이오?”
“나요, 그리고 이 사람도, 이 사람도”
하고 처음에 말한 사람이 대답한다.
“당신들 증언은
진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가 없소.”
“그런데 당신은 왜 그런 말을
할 수 있소?
우린 그걸
맹세할 용의가 있소.”
“당신들의 맹세는 죄요.”
“우리가 죄를 짓는다고요? 우리가?”
“당신들이, 당신들이
음란을 은밀히 꾸미고,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재물을 탐내고,
살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증도 하고 있소.
당신들은 부도덕에 매수되었소.
당신들은 어떤 비열한 언동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오.”
“당신 말조심하시오.
난 아세르요.“
“그럼, 나는 예수요.”
“당신은 이곳 사람도 아니고,
사제도 재판관도 아니오.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오.
당신은 외부 사람이오.”
“그렇소,
내 나라는 이 세상이 아니니까
나는 외부 사람이오.
그러나 나는 심판자며 사제요.
이 나라의 이 조그마한
부분뿐 아니라,
이 나라 전체와
전 세계의 심판자고 사제요.”
“자! 자! 우린 미친 사람하고는
상대할 필요가 없소!” 하고
다른 증인이 말하면서
예수를 비켜서게
하려고 밀친다.
“한 걸음도 더 나오지 마시오.”
예수께서는 당신이 원하실 때는
목숨과 기쁨을 돌려주시는 것처럼
굴복시키고 마비시키는
기적의 눈길로 그를
들여다보며 고함을 지르신다.
“당신은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오.
내 말을 믿지 않소?
그렇다면 보시오.
여기엔 성전의 먼지도 없고
물도 없고,
질투와 간음에 대한 심판인,
마음을 쓰도록 하기 위한
잉크로 쓴 말도 없소.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있소.
그리고 내가 심판을 하오.”
예수의 목소리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꼭 나팔 소리 같다.
사람들이 보려고 서로 떠민다.
성모님과 알패오의 마리아만이
기절한 사람을 도우려 남아 계신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심판하는지 보시오.
길바닥의 먼지 조금과
물을 그릇에 부어 주시오.
그리고 그것을 내게 주는 동안,
고발하는 당신들은 대답하시오.
그리고 고발당한 너도 대답하여라.
아들아, 너는 죄가 없느냐?
네게 구세주인 나에게
성실하게 대답하여라.”
“주님, 저는 죄가 없습니다.”
“아세르, 당신은 진실을
말했다고 맹세할 수 있소?”
“맹세하오.
나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소.
나는 제단을 걸고 맹세하오.
만일 내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하늘에서 불꽃이 내려와
나를 태우라고 하시오.”
“야곱, 당신은 진정으로 고발하고
당신에게 거짓말을 만드는 은밀한
동기가 없다고 맹세할 수 있소?”
“야훼를 걸고 맹세하오.
암살을 당한 내 친구에 대한
사랑으로만 말을 하는 거요.
이 사람하고는 개인적으로
어떤 일도 없소.”
“그러면 하인인 당신도
진실을 말했다고 맹세할 수 있소?”
“필요하다면 난 그걸
천 번이라도 맹세하오!
내 주인님! 가엾은 내 주인님!”
그러면서 겉옷으로
머리를 가리며 운다.
“좋소.
여기 물과 먼지가 있소.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시며
거룩하신 아버지,
생명과 명예가,
무지한 사람과, 비탄에 빠진
그의 어머니에게 돌려지고,
죄가 있는 자에게는
정당한 벌이 내리도록 저를 통하여
진실의 심판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아버지의 눈에
총애를 받는 것 때문에
불꽃도 죽음도 내리지 마시고,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긴 속죄를
내리게 하십시오’.”
예수께서는 마치 사제가
미사 드릴 때 봉헌기도
하는 것처럼
손을 그릇 위로 펴시고
이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오른손을 그릇에 담그셨다가
젖은 손으로 심판을 받는
네 사람에게 물을 뿌리시고,
그들에게 그 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하신다.
우선 젊은이에게,
그다음에는 나머지 세 사람에게.
그런 다음 양팔을 가슴에 포개
얹으시고 그들을 바라다보신다.
군중도 바라다본다.
그러다 잠시 후, 고함을 지르며
얼굴을 땅에 박고 엎드린다.
그러니까 나란히 서 있던
네 사람도 서로 쳐다보고
고함을 지른다.
첫째 사람, 즉 젊은이는
깜짝 놀라서 고함을 지르고,
다른 사람들은
공포의 소리를 지른다.
그들은
젊은이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기들 얼굴에는 갑자기
문둥병 증상인 헌 데가
뒤덮인 것을 보기 때문이다.
하인은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린다.
예수께서는 병사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과 같이 물러서시며,
세 문둥병자 곁에서
젊은 아벨이 감염되지 않도록
그의 손을 잡고 같이 물러나신다.
하인은 이렇게 부르짖는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용서하십시오!
저는 문둥병자가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저를 매수해서
사람 없는 길에서
주인을 죽이려고 주인을 밤까지
지체하게 한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일부러 제 노새의
편자를 빼게 했던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제가 앞서 왔다고
말하게 해서
제게 거짓말을 하도록,
가르쳐주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저는 주인을 죽이려고
이들과 같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도 말하겠습니다.
요엘은 야곱이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고,
또 아세르는
아벨의 어머니를 탐내는데,
그 여자가 거절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여자들을 차지하려고
요엘과 아벨을 동시에 죽이기로
의견의 일치를 본 것입니다.
저는 말했으니,
제게서 문둥병을 없애 주십시오,
문둥병을 없애 주세요.
아벨, 너는 착하니
나를 위해 기도해 다오!”
“너는 어머니에게로 가거라.
어머니가 의식을 회복하면
네 얼굴을 보고 다시 조용한
생활로 돌아가게 해라.
그리고 당신들은…
당신들에게는,
‘당신들이 한 대로 당하기를 바란다’
고 말할 수 있을 거요.
그리고 그것은
인간적인 정의가 될 거요.
그러나 나는 당신들에게
초인간적인 속죄를 시키겠소.
당신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문둥병 때문에
당신들이 그렇게
되어야 마땅한 것처럼
붙들려서 죽임을 당하는 것은
면하게 되었소.
베들레헴의 주민 여러분,
물러서서 바닷물처럼 갈라져
이 사람들이
그들의 오랜 도형장(徒刑場)으로
가게 내버려 두시오.
무서운 도형!
순식간의 죽음보다 더 끔찍한 도형!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원하기만 하면
뉘우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 위한 하느님의 연민입니다. 자!”
군중은 길 가운데를 비워 놓으려고,
벽 쪽으로 달라붙는다.
벌써 여러 해 전부터
병에 걸린 사람처럼
문둥병의 헌데가 뒤덮인 세 사람은
한 줄로 서서 산으로 간다.
내리 덮이는 황혼의 정적 속에
새들과 네 발 가진 모든 짐승의
소리도 잠잠해졌는데,
세 사람
울음소리만이 들려온다.
“길에 불을 피운 다음
물을 많이 부어서 깨끗하게 하시오.
그리고 당신들 병사들은 가서
벌이 내려졌고,
그것도 가장 완전한 모세의
율법에 따라 벌이 내려졌다고
보고하시오.”
예수께서는 당신 어머니와
알패오의 마리아가 여인을
돕고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신다.
여인은 천천히
정신이 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아들은 어머니의 얼음장 같은
손을 쓰다듬고 입 맞춤을 한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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