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배기 사랑

2023. 1. 30. 06:40카르마의 영혼

 

<진짜배기 사랑>

 

 

 

예수께서 밭 사이 작은 길로

지나가시는 것이 보인다.

 

씨를 갓 뿌린 뒤처럼

흙이 곱고 빛깔이 짙은 걸 보면

 

이 밭들은 씨를 뿌린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예수께서 두 어린이를

쓰다듬어 주려고 걸음을 멈추신다.

 

네 살이 넘지 않을 사내아이와

여덟 살이나 아홉 살쯤 되었을

여자아이다.

 

그들은 빛이 바래고

찢어지기까지 한 초라한

작은 옷을 입고,

 

작은 얼굴은 침울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보아 매우

가난한 어린이임이 틀림없다.

 

 

예수께서는 아무 말씀도

묻지 않으신다.

 

그들을 쓰다듬으시며

유심히 들여다보기만 하신다.

 

그리곤 작은 길 끝의

어떤 집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신다.

 

시골집이기는 하지만

손질이 잘 되어 있고,

 

바깥쪽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층계가 있는 집이다.

 

옥상에는

정자처럼 올린 포도덩굴이 있는데,

지금은 포도송이와 잎이 없다.

 

다만 벌써 누렇게 된

마지막 몇 잎만 매달려

 

을씨년스러운 가을날 습기 찬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집 난간 위에는

구름 덮인 회색 하늘이 예고하는

비를 기다리며

 

비둘기들이 구구거리며

울고 있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앞장을 서서,

집을 둘러싼 작은 돌담의

투박한 격자문을 밀고

 

타작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마당으로 들어가신다.

 

마당에는 우물이 있고,

한구석에는 화덕이 있다.

 

연기 때문에 벽이 더 어둡게 된

저 광이 화덕인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은 거기서 나오는 연기가

바람에 밀려 땅 쪽으로 기어나간다.

 

 

발소리에 어떤 여자가

광 문지방에 나타나더니

 

예수를 보고 기쁘게 인사하고

알리려고 집 쪽으로 달려간다.

 

늙수그레한 살찐 남자가 집 문에

나타나더니 예수를 향해 급히 온다.

 

“선생님을 뵙게 되다니

큰 영광입니다!” 하며

예수께 인사드린다.

 

예수께서도 인사를 하신다.

“평화가 영감님과 함께 있기를”

 

그리고 덧붙이신다.

“밤이 돼 가고 비가 오려합니다.

 

나와 내 제자들을 위해

보호처와 빵을 청합니다.”

 

 

“선생님, 들어오십시오.

제집은 선생님의 집입니다.

 

하녀가 빵을

화덕에서 꺼낼 참입니다.

 

제 양들에게서 나온 치즈와

제 소유지에서 나온 과일과 함께

 

그 빵을 선생님께 드리는 것이

대단히 기쁩니다.

 

들어오십시오, 들어오세요.

바람이 습하고 찹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지나가시도록

앞에서 몸을 구부리고

열린 문을 친절하게 붙잡고 있다.

 

 

그러나 곧이어

그가 보는 어떤 사람에게

 

갑자기 어조를 크게 바꾸어

성을 내며 말한다.

 

“네가 또 여기 왔어?

가라!

 

네게 줄 건 아무것도 없다.

가란 말이야! 알아들었니?

 

여기는 떠돌이들이

있을 자린 없단 말이야….”

 

그리곤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너 같이 도둑인지도

모르는 아이는 말이다.”

 

 

애처로운

작은 목소리가 대답한다.

 

“나으리, 불쌍히 여겨 주세요.

제 동생에게 빵 하나만이라도

주세요. 저희는 배가 고파요….”

 

화덕에서 활활 타는

불의 등불 역할로 밝아진

 

넓은 부엌으로 들어가셨던

예수께서 문지방으로 오신다.

 

예수의 얼굴이 변하였다.

예수께서는 엄하고, 그리고 슬프게,

 

“누가 배가 고프냐?” 하고

물으시는데,

 

 

그 물음은

주인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없는 타작마당과

잎이 떨어진 무화과나무와

 

침침한 우물 모두에다

통틀어 물으시는 것 같다.

 

“주님, 제가요. 제 동생과 제가요.

빵 하나만 주세요,

그러면 저희는 가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이제 밖으로 나오셨다.

점점 더 짙어가는 황혼빛과

 

다가오는 비 때문에 어두워진

대기 속에 나와 계시다.

 

 

“이리 오너라”하고

말씀하신다.

 

“주님, 무서워요.”

 

“오라니까 그러는구나.

나를 무서워하지 말아라.”

 

집 모퉁이 뒤에서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의 초라한 작은 옷에

그의 어린 동생이 매달렸다.

몹시 무서워하며 온다.

 

겁 많은 눈길로 예수를 쳐다보고,

겁에 질린 눈으로 집주인을

쳐다본다.

 

집주인은 그 아이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한다.

 

“선생님, 애들은 떠돌이입니다.

그리고 도둑들입니다.

 

 

조금 아까 애들이 압착기 옆을

파다가 들켰습니다.

 

틀림없이 도둑질하러 들어오려고

했던 겁니다.

 

애들이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고장 애들이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그의 말을 들으시는 것 같다.

 

창백한 작은 얼굴에

땋아 내린 머리가 흐트러진

여자아이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신다.

 

땋아 내린 두 갈래머리가

귀까지 내려와 있는데,

머리끝은 헝겊 두 조각으로 잡아맸다.

 

 

그러나 가엾은 여자아이를 보시는

예수의 얼굴은 엄하지 않다.

 

그리고 예수의 얼굴은 슬프다.

여자아이의 용기를 북돋아 주시려고

미소를 보이신다.

 

“네가 도둑질

하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냐?

바른대로 말해봐라.”

 

“아닙니다. 배가 고파서

빵 한 조각 달라고 청했는데,

주지 않았습니다.

 

기름 바른 빵 껍질이

저기 압착기 옆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집으러 갔습니다.

 

 

주님, 배가 고파요.

어제는 빵 한 개만 받았어요.

그걸 마티아 주려고 두었었어요.

 

… 사람들은 왜 우리를

엄마와 함께 무덤에 묻지 않았어요?”

 

여자아이는 슬퍼서 울고

동생도 누나와 같이 운다.

 

“울지 말아라.”

 

예수께서는 계집아이를 쓰다듬으며

위로하시고 당신께 끌어당기면서

말씀하신다.

 

“대답해 봐라, 어디서 왔니?”

 

“에스드렐론 평야에서 왔어요.”

 

“거기서 여기까지 왔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주님.”

 

“네 엄마가 죽은 지 오래됐니?

그리고 아버지는 있니?”

 

“아빠는 추수할 때

일사병으로 죽었어요.

 

그리고 엄마는

지난달에 죽었어요.

 

 

… 엄마는 아기를 낳다

둘 다 죽었어요….”

그러면서 더 운다.

 

“너는 친척도 없니?”

 

“우리는 아주 멀리서 왔어요!

우린 가난하기 때문에요.

 

…그리고 아빠는

고용살이했었는데 이젠 죽었어요,

엄마도 아빠와 같이 죽었고요.”

 

“주인이 누구였는데?”

 

“바리사이파 사람 이스마엘이요.”

 

“바리사이파 사람 이스마엘!

(예수께서 이름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나타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네가 스스로 나왔니,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내쫓았니?”

 

 

“내쫓았어요.

그 사람은 ‘길바닥으로 나가라,

굶주린 개 같은 것들’이라고 했어요.”

(참조. 이스마엘 벤 파비)

 

“그런데 야곱!

당신은 왜 이 어린것들에게

빵을 주지 않았소?

 

겨우 양젖 조금과 빵 조금은

이들 피로를 풀어줄

건초 한 줌 정도인데?…”

 

“하지만, … 선생님… 제게는

그저 제 먹을 빵만 있을 뿐입니다.

 

… 양젖도 별로 없고요.

… 또 이 애들을 집에 들이는 것은,

 

…이 애들은

떠돌이 짐승과 같습니다.

 

좋은 얼굴로 대해 주면

떠나지를 않습니다….”

 

 

“그래 정말로, 당신에게

이 두 불행한 아이에게 줄

자리와 빵이 없단 말이오?

 

야곱, 당신이 정말

그런 말 할 수 있소?

 

풍성한 추수와 포도주,

많은 기름, 수많은 과일 때문에

 

올해 당신 토지는

그 소출로 인해 유명해졌소.

 

당신 아직도 기억하시오?

작년에는 우박이

당신 농사를 망쳐 놓아서

 

당신은 목숨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소.

… 그때 내가 와서 빵을 청했었소.

 

… 당신은 어느 날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나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소.

 

 

…그리고 당신 고민 중에도

당신 마음과 집의 문을 열어

내게 빵과 묵을 곳을 주었소.

 

그리고 이튿날 아침 나가면서

내가 뭐라고 했소.

 

‘야곱, 당신은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항상 자비를 베푸시오,

그러면 자비를 얻을 것입니다.

 

당신이 사람의 아들에게 준

빵의 대가로

 

이 밭들이 당신에게

풍부한 밀을 줄 것이고,

 

마치 이 밭이 바다의 모래알처럼

가득 찰 것이고

 

올리브나무들은 올리브로

뒤덮일 것이며,

 

당신의 사과나무들은

사과의 무게로 가지가 휠 것입니다’

하고 말했소.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받았고,

그래서 올해는 당신이 이 지방에서

제일 부유한 사람이 되었소.

 

그런데 당신은 조그만

이 두 어린이에게

빵을 거절하고 있네요! …”

 

“하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이셨습니다….”

 

“돌을 가지고 빵을 만들 수 있는

선생이었기 때문에 당신은 나에게

빵을 주었고 묵을 곳을 주었소.

 

이 어린것들은 그렇게 못하오.

이제 나는 당신에게 말하오.

 

당신은

새로운 기적을 보게 될 것이고,

그 때문에 고뇌를 겪게 될 거요.

큰 고뇌를…

 

그러나 그때는 가슴을 치면서

‘나는 이렇게 당해도 마땅해’라고

말하시오.”

 

 

예수께서 어린이에게

“울지 말고, 저 나무에 가서

과일을 따오너라”하고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저 나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님”하고

여자아이가 반대한다.

 

“가봐라.”

 

여자아이가 가더니,

옷을 올려 아름다운 빨간 사과를

가득 담아서 돌아온다.

 

“먹어라, 그리고 나를 따라오너라.”

그리고 사도들에게 말씀하신다.

 

“이 두 어린이를

쿠자의 요안나에게 데려다 주자.

 

요안나는 받은 은혜를

기억할 줄 알고,

 

또 자기에게

자비를 베풀어 준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자비를 베푼다. 가자.”

 

 

그 사람은 깜짝 놀라고

자존심도 상해서

용서를 받으려 해 본다.

 

“선생님, 밤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길을 가시는 동안

비가 올지도 모릅니다.

 

제집으로 도로 들어오십시오.

하녀가 빵을 화덕에서

꺼낼 참입니다.

 

… 저 애들 줄 것도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소용없소.

당신은 그 빵을 사랑으로 안 주고,

 

순전히 약속된 벌이 무서워

주는 것일 거요.”

 

 

“그러면 이것은,

(그러면서 처음에 아무것도 없던

나무에서 따다가 굶주린 두 아이가

아귀아귀 먹고 있는 사과를 가리킨다),

 

이것은 그 벌과 같은 기적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아니오.”

 

예수께서는

매우 엄하시다.

 

“아이고! 주님,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저는 깨달았습니다!

 

주님은 제 추수를 통해 저를

벌하려고 하시는군요!

주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나보고 ‘주님’이라 말을 한다고,

모두가 나를 차지하진

못할 것이오.

 

사랑과 존경을 나타냄은

말로 써가 아니라

행위로하는 것이기 때문이오.

 

 

당신이 가진 만큼,

사람들로부터 불쌍히 여김을

받을 것이오.”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오.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오.

이것이 내 가르침이기 때문이오.

 

하지만 당신은

당신 자신밖에 사랑하지 않소.

 

당신은 내가 가르친 대로 사랑하면

주님이 다시 올 거요.

지금은 나는 가오.

 

나의 머무름은,

선을 행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 하는 데 있고,

 

내 고아들의

눈물을 씻어 줄 때 있소.

 

 

암탉이 방어 능력 없는 병아리들을

날개를 펴서 보호하듯

 

나도 마찬가지로 고통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능력을 발휘하오.

 

얘들아, 가자.

너희들은 곧 집과 빵을 얻을 거다.

야곱, 잘 있으시오.”

 

그리고 걸음을 걷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으시고,

피로한 여자아이를 안게 하신다.

 

안드레아가 여자아이를 안고

그의 겉옷으로 감싼다.

예수께서는 꼬마를 안으신다.

 

그리고 일행은

울지 않는 불쌍한 두 짐을 안고

 

이제는 어두워진

작은 길로 해서 떠나간다.

 

 

베드로가 말한다.

“선생님! 애들에게는 선생님이

갑자기 오신 것이 큰 행운입니다.

 

그러나 야곱에게는…

선생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정의를 이룰 것이다.

그의 곡식 광이 가득 차서 오래갈

터이니까 굶주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파종한 것이

낟알을 내지 않을 것이고,

 

올리브나무와 사과나무에는

잎밖에 없을 테니까

흉년이 들 것이다.

 

이 죄 없는 어린이들은

빵과 집을 내게서 얻는 게 아니라,

내 아버지에게서 얻는 것이다.

 

내 아버지는 고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풀 속 새들에게 둥지와

먹을 것을 주는 그분 말이다.

 

이 아이들은,

또 이 아이들처럼

모든 불행한 사람들은,

 

아버지께

‘죄 없고 다정스러운 아들’로

남아 있을 줄 아는 사람들은,

 

그들 작은 손에

하느님께서 먹을 것을 쥐여주셨고,

 

온정 넘치는 배려로

자기들을 인심 좋은 집으로

 

데려다주셨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환시가 끝나고,

내게는 이로 인한 크나큰

평화가 남아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이것은 과거의 십자가 일과

미래의 먹구름을 내다보며

 

울고 있는 영혼인 너를 위해

특별히 하는 말이다.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네 손에 놓아주실 빵과,

 

울고 있는

당신의 멧비둘기들을 거두어 줄

둥지를 갖고 계실 것이다.

 

내가 정의를 가진

‘주님’인 줄 알게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교훈이다.

 

그러나 거짓 존경으로

나를 속이지 못하고

나를 즐겁게 하지 못한다.

 

 

형제에게 마음의 문을 닫는 사람은

하느님께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고,

 

하느님께서도

그에게 마음의 문을 닫으신다.

 

사람들아, 이것이 첫째 계명이다.

사랑과 사랑.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자기를

그리스도인이라고 내세우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성사를 자주 받고 전례에

자주 참례하는 것도 무익하며,

 

기도도 소용없다.

그것은 틀에 박힌 말투이고,

독성(瀆聖)이 되기까지 한다.

 

 

너희들이 굶주린 사람에게 빵을

거절하고 와서는 어떻게 영원한 빵을

찾아와 배불리 먹을 수 있겠느냐?

 

너희 빵이,

내 빵보다 더 귀중한 것 같으냐?

더 거룩해 보이냐? 이 위선자들아!

 

나는 너희의 비참함에 나를 줄 때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런데 하찮은 존재인 너희들은,

다른 사람의 비참함에는

결코 동정을 갖지 않는다.

 

남의 비참은 불행이고,

너희의 비참은 죄악이기 때문에

 

하느님 눈으로 볼 때,

너희들 비참함 같이 추악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너희들은

너희 이익들에 대해서만

너희에게 친절을 베풀어 달라고

 

‘주님, 주님’ 하는 말을

너무 자주 한다.

 

하지만 너희들은,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는 그 말을

절대 하지 못하며,

 

이웃을 위한 주님의 이름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보아라,

집단에 있어서나 개인에 있어서나

너희의 거짓 신앙심과,

 

너희들 사랑의 진짜배기 결핍이

너희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아느냐?

 

하느님의

저버림을 주었다.

 

그리고 내가 가르쳐준 대로

너희가 진짜 사랑을 할 줄

알게 될 때면

 

주님은

다시 오실 것이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https://cafe.daum.net/xp8046/YVLT/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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