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2023. 3. 13. 06:25카르마의 영혼

 

<신과 함께>

 

 

 

“아버지, 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제게서 멀리해 주소서.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사탄아, 물러가라.

나는 하느님의 것이다.”

 

그런 다음 말씀은 안 하시고

오직 헐떡임 사이로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하며

말만 하고 계신다.

 

예수께서는 심장이 뛸 때마다

하느님을 부르시고,

 

심장이 뛸 때마다

피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어깨에 걸쳐 있는 천에

그 피가 배어서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환한

달빛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빛깔로 보인다.

 

예수의 머리 위에 더 환한 빛이

형성되어 그분에게서 약 1미터

되는 곳에까지 나타난다.

 

너무 강한 빛이어서

땅에 엎드리어 있는 분에게까지

벌써 피로 무거워진,

 

굽실굽실한

머리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피로 인해 눈이 흐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예수께서 머리를 위로 올리신다.

달빛이 가엾은 얼굴 위로

비추고 있고,

 

금성의 청백색 다이아몬드 빛 같은

천사의 빛이 한층 더 빛난다.

 

그러자 땀구멍에서 스며 나오는

피는 죽음의 무서운 고통을

나타낸다.

 

속눈썹과 머리칼과 콧수염과 수염이

전부 피로 젖어 피를 뒤집어썼다.

 

피가 관자놀이에서 흘러나오고,

피가 목의 정맥에서도 나오고,

손에서 나온 피가 방울져 떨어진다.

 

예수께서 손을 들어 천사의 빛을

향해 내미시는데,

 

넓은 소매가 팔꿈치 쪽으로

미끄러져 내리자

 

그리스도의 팔 아래로

피땀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핏빛 붉은 얼굴 모습에서 눈물만이

분명한 두 줄기 선을 긋고 있다.

 

예수께서 다시 겉옷을 벗어서

손과 얼굴과 목과 아래팔을

닦으신다.

 

그러나 피땀은 계속 나온다.

예수께서는 두 손으로 옷감을

꼭 눌러 쥐시고

 

얼굴에 대고 누르시는데,

옷감 자리가 바뀔 때마다

 

짙은 붉은색 자국이 옷감에

분명히 나타나는데,

그 흔적은 검게 보인다.

 

땅에는 풀들이 빨갛게 물들었다.

예수께서는 거의 기절하실 것 같다.

 

숨이 찬 것을 느끼시는 것처럼

목에 맨 옷끈을 푸신다.

 

 

손을 심장에 갖다 대셨다가

머리에 대시고

 

마치 부채질하듯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드시며

입을 반쯤 벌린 채로 서 계신다.

 

예수께서 바위를 향하여,

아니 오히려 비탈 꼭대기 쪽을 향해

느릿느릿 가서 거기에 등을 기댄다.

 

그리곤 마치 돌아가신 것처럼

머리를 가슴 위에 푹 숙이시고

 

양팔은 몸 옆으로 늘어뜨리신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계시다.

 

천사의 빛이 아주 천천히 줄어든다.

그러다 마치 달빛에 빨려

들어간 것 같이 된다.

 

 

예수께서 다시 눈을 뜨신다.

힘들게 머리를 드시고 바라보신다.

 

혼자시다.

그러나 덜 고민하는 것 같다.

 

한 손을 뻗어 풀 위에 버려두었던

겉옷을 당신께 끌어당기어

 

얼굴과 손과 목과 수염과

머리카락을 또 닦기 시작하신다.

 

마침 비탈 가장자리에 돋아난

이슬 흠뻑 머금은 큰 잎을 따서

그것으로 얼굴과 손을 씻고

 

또다시 닦고 해서

몸을 깨끗하게 하신다.

 

그 일로 다른 잎 여러 개로

여러 번을 해서 그 무서운 땀의

흔적을 지워버리신다.

 

 

그분의 옷만이 얼룩져 있는데,

특히 어깨 위와 팔 굽는 곳,

 

목과 허리와 무릎 부분이

더 그러하다.

 

예수께서 옷을 들여다보시고

머리를 흔드신다.

 

겉옷도 들여다보신다. 겉옷이

너무 얼룩져 있는 것을 보신다.

 

예수께서는 겉옷을 개켜서

바위 위, 작은 꽃들 근처

요람처럼 생긴 곳에 놓으신다.

 

몸이 약해진 탓에 어렵게,

무릎을 꿇으시기 위해 돌아서신다.

 

 

예수께서 겉옷에 머리를

갖다 대시며 기도하시는데,

겉옷 위에 손이 얹혀 있다.

 

그런 다음 바위를

짚으시고 일어서서,

 

또다시 가볍게 비틀거리면서

제자들을 찾아가신다.

 

그분의 얼굴은 너무도 창백하다.

그러나 이젠 당황한 얼굴은 아니다.

 

비록 핏기가 없어 평소보다

더 슬프게는 보이지만 숭고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얼굴이다.

 

세 제자는 그들의 겉옷을 완전히

뒤집어쓰고 꺼진 불 옆에 누워

깊게 잠들어 있다.

 

그들의 깊은숨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은 요란스러운

코를 골려는 시초다.

 

 

예수께서 그들을 부르지만

소용이 없다.

 

몸을 굽혀 베드로를 너그럽게

흔들어 깨우실 수밖에 없다.

 

“뭐야? 누구야?”

 

베드로는 잠을 깨며 정신이 멍해져

자신의 진초록색 겉옷을 보고

놀라며 말한다.

 

“아무도 아니다. 내가 너를 불렀다.”

 

“아침이 되었습니까?”

 

“아니다. 이경이 거의 끝나 간다.”

 

베드로는 정신이 아주 둔해져 있다.

예수께서 요한을 흔드시니

 

요한은 자기 위에 유령 같은 얼굴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겁에 질려 고함을 지른다.

 

그만큼 예수의 얼굴은 대리석처럼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 선생님이

죽은 사람같이 보였어요!”

 

예수께서 야고보도

흔들어 깨우신다.

 

야고보는 자기 동생이

부르는 줄 알고

 

“그들이 선생님을 잡아갔니?”

하고 말한다.

 

“아직 아니다. 야고보야”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러나 이젠 일어나서들 가자.

나를 배반한 자가 가까이 와 있다.”

 

아직도 어리둥절한 세 사람은

일어난다.

 

 

올리브 나무, 달, 밤꾀꼬리,

산들바람, 평화...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말없이 예수를 따라온다.

여덟 사도는 꺼진 불 곁에서

다소간 잠들어 있다.

 

“일어들 나거라!” 하고

예수께서 고함치신다.

 

“사탄이 오는 동안

절대로 자지 않는 자 되어

 

사탄과 그 추종자들에게

하느님의 아들은 잠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어라.”

 

“예, 그러겠습니다. 선생님.”

 

“사탄이 어디 있습니까, 선생님?”

 

“나 예수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렇게 확실치 않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그들은 겉옷들을

다시 입는다.

 

 

유다의 지휘를 받으며

조용한 장소에

 

불붙은 많은 횃불을 환하게

비추며 쏟아져 들어오는

야경꾼들 무리 앞에

 

겨우 질서 있게 나타날 정도의

여유밖에 없었다.

 

그들은 병정으로 가장한

산적 무리와 같았고,

 

악마와 같은 웃음으로

보기 흉한 도형수(徒刑囚) 같은

얼굴들이었다.

 

성전의 열성분자도

몇 명 있다.

 

사도들은 모두 한쪽 구석으로

몰려간다.

 

 

베드로가 앞에 서 있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 몰려 있다.

 

예수께서는 계시던 곳에

그대로 서 계신다.

 

유다는

그분의 가장 좋은 시절,

빛나는 눈이 다시 된 예수의

시선을 마주하고 쳐다보며 다가온다.

 

그는 얼굴도 숙이지 않고

오히려 하이에나처럼

미소 지으며 가까이 와서

 

예수의 오른쪽 뺨에

입 맞춘다.

 

“벗아, 그래 무엇을 하러 왔느냐?

너의 입맞춤으로 나를 잡아

넘기느냐?”

 

예수께서 스승의 위엄을 가지고

처음으로 말씀하시며,

 

어떤 불행을 감수하는 사람의

몹시 슬픈 어조로 말씀하신다.

 

 

유다는 잠시 머리를 숙였다가

고개를 다시 든다.

 

비난에도,

뉘우침에 대한 일체의 권고에도

무감각인 채.

 

병정들이 소리 지르며 밧줄과

몽둥이들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오며

 

그리스도 외에,

사도들을 붙잡으려 한다.

물론 가리옷 유다는 빼놓고.

 

“누구를 찾소?” 하고 예수께서

침착하고 장엄하게 물으신다.

 

“나자렛 사람 예수요.”

 

“내가 그요!”

 

 

예수의 목소리는 우레와 같다.

살인자의 세상 앞에서,

 

무죄한 사람들 세상 앞에서,

자연과 별들 앞에서,

 

예수께서는 떳떳하고 성실한

이 증언을 공개적으로 당신

자신에게 하듯 하신다.

 

예수께서 벼락을 내리치셨더라도

그보다 더한 일처럼 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갑자기 모두가 낫으로 베는

밀이삭 다발처럼 땅바닥에 쓰러진다.

 

서 있는 사람은 유다와

예수와 사도들 뿐이다.

 

 

사도들은 병사들이 쓰러지는

광경을 보고 용기가 다시 살아나서

 

예수께 가까이 다가가면서 얼마나

노골적으로 유다를 위협 하던지,

 

유다는 때맞추어 껑충 뛰어서

배드로의 명인 같은 칼솜씨를

살짝 피하게 되었다.

 

검으로 무장하지 않은 사도들이

던지는 위협적인 돌팔매와

몽둥이에 쫓기어

 

유다는

키드론 개울 쪽으로 도망치며

어떤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진다.

 

“일어들 나시오.

다시 묻지만 누구를 찾소?”

 

“... 나자렛 사람 예수요.”

 

 

“나라고 당신들에게 말했소”

하고 예수께서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그렇다. 부드럽게.

 

“그러면 이 사람들은

가만 내버려 두시오. 내가 가겠소.

검과 몽둥이를 내려놓으시오.

 

나는 도둑이 아니오.

나는 항상 당신들과 같이 있었소.

왜 그때 나를 붙잡지 않았소?

 

그러나 지금은 당신들 때이고

사탄의 때요...”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예수를 묶으려고

 

밧줄을 내미는 사람에게

베드로가 가까이 가서

서투른 칼질을 한다.

 

칼끝으로 닿았더라면 양처럼

그의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베드로는 그 사람 귀를

자르기만 했는데,

 

그 귀는 매달린 채 덜렁거리며

많은 피를 흘리고

그 사람은 죽는다고 고함을 지른다.

 

앞으로 나오려는 자들과

번쩍거리는 검들과 단도들을 보고

 

겁을 먹은 자들 사이에

약간의 혼란이 일어난다.

 

“그 무기들을 내려놓아라. 명령이다.

만일 내가 원했다면 나를 지키는

하느님의 천사들이 올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나으시오.

할 수 있으면 먼저 당신의

영혼이 낫기를 바라오.”

 

그리고 밧줄을 향해 손을

내 미기 전에 귀를 먼저 만져서

고쳐 주신다.

 

 

사도들은 무질서하게

비명들을 지른다.

 

그렇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사실이 그렇다.

 

어떤 사람은 이 말을,

어떤 사람은 저 말을 한다.

 

한 사람이

“선생님은 우리는 저버리셨습니다.”

하고 말하면 또한 사람은

 

“아니 선생님이 미치셨어!”

하고 외치고,

 

또 한 사람은

“그러니 누가 선생님을

믿을 수 있습니까?” 하고 외친다.

 

소리도 지르지 않는 사람은

도망치듯 돌아서서 가 버린다.

 

그래서 신의 예수께선 지금 혼자시다.

혼자서 병정들과 함께...

 

이렇게 해서 사람이며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수난이

시작된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https://cafe.daum.net/xp8046/YWxf/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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