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0. 06:08ㆍ카르마의 영혼
<우측 손목 좌측 손바닥 못 박음>
사형 집행인이
허리 아래를 매라고
넝마 조각 셋을
사형수들에게 주었는데,
도둑들은 가장 소름 끼치는 모독의
말을 하며 그것을 받는다.
상처로 인한 고통 때문에
천천히 옷을 벗으시는 예수께선
그것을 받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아마 채찍질당하실 때
입고 계셨던 짧은 바지는
그대로 입게 할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마저 벗으라 하자
손을 내밀어 당신의 나체를
가리기 위한 넝마 조각을
사형 집행인에게 구걸하신다.
살인자들에게 넝마 조각을
구걸하는 정도까지
정말 더없이
당신을 낮추신다.
마리아가 보시고
짙은 색 겉옷 안에서
머리를 싸맸던 곱고 긴 흰 베일을,
벌써 거기에 많은 눈물을 흘리신
그 베일을 벗으신다.
마리아는 겉옷을
흘러내리지 않게 하시고
그 베일을 벗어서
당신 아들을 위해
론지노에게 갖다주라고
요한에게 주신다.
백부장은 베일을
순순히 받는다.
예수께선 군중 쪽이 아닌
아무도 없는 쪽으로 돌아서시어
멍과 터진 상처로 피 흘리는
물집과 거무스름한 딱지로
온통 뒤덮인 등을 보이시며
옷을 완전히 벗으려 하실 때
론지노가 마리아의 베일을
예수께 내민다.
예수께서 그것을 알아보시고,
그것으로 골반을 여러 번 둘러서
몸을 가리시고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키신다.
그때까지 눈물로만 젖어있던
아마포 위에 핏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상처에
겨우 피가 엉겨있다가
예수께서 샌들을 벗고
옷을 내려놓으려고
몸을 숙이자
피가 다시 터져
흐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제 예수께서
군중을 향해 돌아서시니,
가슴과 팔다리도
온통 채찍질 당하셨음을
사람들이 보게 된다.
간이 있는 위치에
엄청나게 큰 멍이 하나 있고,
갈비뼈 왼쪽 아래 보라색 원 안에,
피가 흐르는 찢어진
작은 상처 일곱 개 끝으로
두드러지게 큰 자국 일곱이 있다.
민감한 횡격막 부위에
그처럼 무자비하게 맞은
채찍질 흔적이다.
붙잡히신 직후부터 시작해서
골고다까지 계속된 넘어짐으로
타박상을 입은 무릎은
혈종(血腫)으로 검게 되었고
종지뼈 위가 넓게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는데.
특히 오른쪽 무릎이 더 그렇다.
군중은 예수를 업신여기며
입을 모은다.
“오! 아름다워라!
사람 아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자!
예루살렘 딸들이
너를 몹시 좋아한다.”
“문둥아! 문둥아!
하느님께서 그렇게 친 것을 보면
너는 우상과 간음했느냐?
네가 그렇게 벌 받는 것을 보니
네가 모세의 마리아처럼
조상의 성인들에게 불평을 했느냐?
오! 오! 완전한 자!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냐?
천만에! 너는 사탄의 팔삭둥이다!
맘몬(재물)인 그는 적어도
능력이 있고 힘이 있다.
그런데 너는‥‥ 힘도 없고
혐오감을 주는 넝마 조각이다.”
도둑들은 십자가에 잡아매어져
예수께서 쓰기로 된 십자가의
오른쪽과 왼쪽으로
자기들 자리로 들려서 온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저주와 악담을 퍼붓고,
특히 십자가들이 구멍 옆으로
옮겨 지면서 그들 몸을 흔들어
그들 손목이 밧줄에 쓸리자
하느님과 율법과
로마인들과 유다인들에 대한
그들의 모욕적인 말들은 끔찍하다.
예수의 차례가 되었다.
예수께서는 온순하게
십자가에 누우신다.
두 도둑 다루기는 얼마나 어렵던지
사형 집행인 네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어,
도둑들 손목을 붙잡아 매는
간수들을 발길질로
밀어젖히지 못하도록
병사들을 부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예수의 경우는
도움이 필요 없다.
예수께서는 누우셔서 머리를
놓으라고 하는 자리에 놓으신다.
예수께서는 베일을 바로잡는
것에만, 전념하신다.
이제는 그분의 날씬하고
희고 긴 육체가 우중충한 나무와
누르스름한 땅바닥 위에 부각된다.
두 사형 집행인이
가슴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고
몸 위에 타고 앉는다
나는 예수께서 그 무게 밑에서
느끼셨을 압박감과 고통을 생각한다.
셋째 사형 집행인이 예수의
오른팔을 붙잡는데,
한 손으로는 팔꿈치 부분을,
또 한 손으론 손가락 끝을 잡는다.
넷째 사형 집행인은
네모난 곳의 한쪽 끝은
뾰족하게 되어 있고,
반대쪽 한끝은 동전만큼 넓고
판판하고 둥근 판때기처럼
되어 있는 긴 못을 들고 있는데,
이미 나무에 뚫려있는 구멍에
손목 관절과 맞는지 살펴본다.
잘 맞는다.
사형 집행인이 못 끝을
손목에 갖다 대고 망치를 들어
첫 번째 타격을 가한다.
눈을 감고 계시던 예수께서
비명을 지르시고,
고통에 따른 수축을 일으키며
눈을 뜨시는데,
눈물이 흥건한 눈이시다.
처절한 고통을 느끼심이 틀림없다.
못은 근육과 핏줄과 신경을 끊고
뼈를 부수며 뚫고 들어간다.
마리아는 큰 고통을 당하는
아들 비명 소리에,
목을 따는 어린양의
하소연 같은 신음소리로 절규하신다.
그리고 몸이 부서진 것처럼
머리를 양손에 파묻고
몸을 구부리신다.
예수께선
어머니께 고통을 드리지 않기 위해
다시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신다.
그러나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조직적인 거친 타격 소리가 나면서
그 밑에 살아있는 육체가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오른손은 못 박혔다.
이제는 왼손 차례다.
구멍이 손목 관절과 맞지 않는다.
그러자 그들은 밧줄을 갖다가
왼쪽 손목을 묶어서 잡아당겨
관절을 빠지게 하고
힘줄과 근육을 뽑아내서,
붙잡힐 때부터 결박했던
밧줄 때문에 쓸려있는 상태의
피부를 찢어놓는다.
그 힘으로 오른손이 당겨지면서
못 둘레 손목의 상처가
넓어지기 때문에 오른손도
고통을 당하는 것이 틀림없다.
이제야 겨우,
손목 근처 손바닥뼈들이
시작되는 곳쯤에 가까워졌다.
그들은 단념하고
못을 박을 수 있는 곳에,
즉,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
사이, 정확히 말해서 손바닥뼈
한가운데에 못을 박는다.
거기는 못이 더 쉽게 들어간다.
그러나 더 큰 고통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중요한 신경들을
끊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른손의 손가락들은
수축해서 떨리어 생명력이
있음을 보이는데,
왼손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제 비명을
지르지 않으시고 다만
굳게 다문 입술 뒤로,
목이 쉰 신음소리 만을 내시며,
고통의 눈물이 나무에 떨어졌다가
땅으로 떨어진다.
이제는 발 차례다.
십자가 끝에서 2미터 정도 되는
곳에, 작은 받침이 하나 있는데,
겨우 한쪽 발 하나
올려놓을까 말까 하다.
치수가 제대로 되었는지 보려고
발을 거기 갖다 대 본다.
그런데 받침 토막이
조금 아래에 있어서 발이
거기까지 닿기가 어려우므로,
고통받는 이의 발목을
또 잡아당겨 늘인다.
그렇게 하니 십자가의
까칠까칠한 나무가 상처를 문지르고,
가시관이 움직이면서 머리카락을
뽑으며 떨어지려고 한다.
사형 집행인 하나가 손으로 쳐서
가시관을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이제는 예수의 가슴 위에 앉았던
자가 무릎을 타고 앉으려고
일어난다.
길이와 너비가 손목에 사용한
못의 곱절이나 되는
대단한 큰 못이 햇빛에
번쩍이는 것을 보시고
예수께서 다리를 오그리려는
본의 아닌 움직임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이 벗겨진 무릎 위에
체중을 싣고
타박상투성이의
가엾은 다리를 누른다.
그동안 다른 두 사람은
일을 마저 하는데,
발목뼈의 두 관절을
함께 맞추느라 애쓰며
한 발을 다른 발 위에 포개놓고
못을 박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비록 그들이
발목과 발가락을 붙잡고
발들을 받침 토막에 움직이지 않게
대고 있는데 골몰하지만
밑에 있는 발은
못의 진통 때문에 움직인다.
그래서 그들은 박았던 못을
거의 다시 뽑아야 한다.
왜냐하면 오른발을 뚫고
지나왔기 때문에
끝이 무디어진 못을
물렁물렁한 부분에 들어가도록
못을 좀 더 중앙 쪽으로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리치고, 내려치고,
또 내려친다‥‥
온 골고다에
모든 움직임과 소리가 멈추고
그것을 즐기기 위해 부릅뜬
눈과 귀 기울임만 있는 듯,
오직 못대가리를 내려치는
망치의 무서운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거친 쇳소리 너머로 은은한
비둘기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못을 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망치가
어머니에게 상처를 입히는 듯
점점 더 몸을 구부리는 마리아의
목쉰, 절규하는 울부짖음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지극한 고통으로 마리아가
거의 부수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십자가 못 박음은
몹시 무섭고 채찍질 같은
고통을 주고,
생살 속으로
못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이기에 더 끔찍하다.
그 대신 시간은 더 짧아진다.
그러나 채찍질은 오래
계속되기 때문에 지치게 한다.
내게는
겟세마니 동산의 고뇌와 채찍질과
십자가 못 박음이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그것들은 내게 그리스도의 고통
전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죽음은 오히려 나를
편하게 해 준다.
“이제 끝났다”라고
내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들도 끝이 아니고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다.
이제는, 십자가를
구덩이 근처로 끌고 가는데,
십자가가 울퉁불퉁한 땅 위를
지나면서 튀어 올랐다가
땅에 떨어질 때
부딪히는 진동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부분과 함께
온몸을 뒤흔든다.
십자가를 세우는데도
두 번이나 사람들이 놓쳐서
한 번은 갑자기 땅에 떨어지고,
또 한 번은 예수님의
오른팔 쪽으로 떨어지는 충격으로
못이 예수님의 살을 찢어버리는
처참한 고통을 준다.
흔들림의 충격으로
상처 입은 부분들이 움직이면서
흔들리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구멍에 떨어뜨리고
돌과 흙으로 움직이지 않게
하기 전까지,
십자가를 사방으로 흔들면서
세 개의 못에 매달려 있는 가엾은
육신을 끊임없이 흔들리게 하니,
고통이 혹독할 것임이
틀림없다.
몸의 무게 전부가 앞으로
또는 아래로 움직이면서
못 박은 상처들 구멍이 넓어지는데,
특히 왼손의 구멍이 넓어지고,
발 쪽의 구멍도 넓어지면서
피가 더 세차게 흘러내린다.
발의 피는 발가락으로 해서
땅과 십자가 나무에 떨어진다.
그러나 손의 피는
팔의 위치상 손목 쪽이
겨드랑이 쪽보다 높기에
아래팔을 따라 흘러내리고,
또 겨드랑이에서 허리 쪽의
양 옆구리를 따라서도 흘러내린다.
가시관은 십자가가 고정되기 전까지
흔들릴 때마다 머리가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움직이면서 찌르는 큰 가시들이
목덜미에도 박힌다.
그리고 다시 흔들려 이마로 돌아와
자리 잡으면서 사정없이 할퀴고,
또 할퀸다.
마침내 십자가가
제자리에 잘 세워졌고,
이제부터는 매달려 있는 고통이다.
도둑들도 일으켜 세우는데,
그들은 수직으로 세워지자마자
손목을 밧줄로 묶어서
손은 까만색이 되었고
밧줄에서 오는 고통 때문에
핏줄이 밧줄 모양처럼 굵게 되어
산채로 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비명을 지른다.
예수께서는 말씀이 없다.
반대로 군중들은 이제는
입을 다물지 않고
요란스럽게
야단법석을 다시 시작한다.
이제는, 골고다 야산 꼭대기에
전리품과 파수병이 있다.
가장 높은 경계에
예수의 십자가가 서 있고,
그 양옆에 다른 두 개의
십자가가 서 있다.
100인 정도에서 반수의 병사가
꼭대기를 빙 둘러싸고는
무기들은 발 앞에 내려놓고 있고,
그 안쪽에는
이제는, 말에 내려서
사형수들 옷을 펼쳐놓고는
주사위를 던져
노름하는 기병 열 사람이 있다.
예수의 십자가와
오른쪽 십자가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은 론지노이다.
그는 박해받는 왕의
친위대처럼 보인다.
100인 정도에서 나머지 반은
왼쪽에 있는 오솔길과
아래쪽에 있는 광장에서 쉬며
론지노의 부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병사들에게 십자가는 거의 전적인
무관심만 있을 뿐이다
한 사람 정도 어쩌다 얼굴을
십자가에 달린 사람 쪽으로 돌린다.
이와는 반대로 론지노는
모든 것을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마음속으로
대조하고 판단한다.
그는 십자가에 달린 사람들을
대조하고, 특히 그리스도를
구경꾼들과 대조한다.
그의 날카로운 눈은 세밀한 점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더 잘 보려고 손으로 눈을
가리는 것을 보면
햇빛이 방해가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이 난 것처럼
보이는 붉은빛이 나는 노란색의
이상한 태양이다.
그러다가 유다의 산맥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하늘을 빠르게
가로질러 다른 산들 뒤로 사라지는
새까만 구름들 때문에
별안간 불이 꺼지는 것 같다.
그리고 해가 다시 나타나면
그 빛이 너무 강렬해서
눈이 그것을 견디어내기가
몹시 어려울 지경이다.
론지노는 둘러보다가
비탈 바로 밑에서 고통의 얼굴로
아들을 올려다보고 있는
마리아를 본다.
그는 주사위 놀이 하는
병사 한 명을 불러 말한다.
“어머니를 같이 모시고 있는
아들과 같이 올라오고
싶으면 오라고 해라.
그들을 데려오고
도와주어라.”
그래서 마리아는 그분의
“아들”로 생각하는 요한과 같이,
아마 백토(白土)를 파서 만든 것
같은 작은 계단을 통해 올라와서,
군대의 경계선을 넘어
십자가 아래로 가신다.
그러나 당신의 아들에게
보이게 하고,
예수를 잘 보기도
하려고 조금 떨어져 계신다.
군중은 즉시 어머니를
아들에게 하는
모독적인 말과 겹쳐
가장 무례한
욕설을 퍼붓는다.
그러나 어머니는 하얗게 된
떨리는 입술로 가슴이 찢어지는
처절함의 미소를 지으시고
아들의 기운을 돋워
주려 애쓰시지만,
의지의 힘으론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이
그 미소 위에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https://cafe.daum.net/xp8046/YWx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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