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몸값 3백만원

2023. 3. 16. 05:58카르마의 영혼

 

<하느님 몸값 3백만 원>

 

(현재 화폐 가치:

1일 품삯 = 10만 기준, 30 데나리온 = 3백만 원

신약시대 로마 화폐:

은화 1 데나리온 = 노동자 1일 품삯

 

예루살렘 성전 사제들이

유다에게 준 은화 30 데나리온)

 

 

나는 유다를 본다.

그는 혼자다.

 

그는 엷은 노란색 옷을 입었고

허리에는 붉은 끈을 맸다.

 

내 안에서 가르쳐주는 분이

예수께서 조금 전에 붙잡히셨고,

 

바로 그 뒤 도망친 유다는 지금,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알려 주신다.

 

정말, 가리옷의 유다는

잡종 개 떼에 쫓기는

성난 야수 같다.

 

 

나뭇잎 사이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길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분수에서 나는 물소리에도,

그는 펄쩍 뛰고,

 

싸우려는 사람이 따라오는 것처럼

의심하고 겁을 내며 돌아본다.

 

그는 목이 꼬이도록

고개를 숙이고, 돌리며

 

보기를 원하면서도

보기를 무서워하는 사람처럼

눈을 돌린다.

 

달빛 그림자

움직임에도 눈을 크게 뜨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고 건너뛰면서,

전보다 더 창백해진다.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급히 오던 길로 되돌아서

도망치듯 다른 길로 갔다가,

 

또다시 다른 소리와

다른 달빛 움직임에

 

걸음을 멈추고

또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곤 한다.

 

이렇게 미친 듯 달아나는 중에

시내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군중의 고함 소리에

그는 가야파의 집 근처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자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그 고함 소리가

그를 때리는 돌처럼,

 

몸을 숙이며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이렇게 도망치던 중에

곧바로 최후의 만찬을 했던

집 쪽으로 가는 골목길로 들어선다.

 

이곳 길에 흐르고 있는

샘물 때문에 그 집 앞에 왔을 때쯤

그것을 알아차린다.

 

작은 돌 수반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통곡 소리처럼

좁은 길로 비집고 들어오는

휙휙 하는 약한 바람 소리가,

 

그가 배반한 분의 울음소리와

고문당하는 이의 비명처럼

들리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듣지 않으려 귀를 막고,

몇 시간 전에

그가 스승과 같이 지나갔던,

 

그분을 붙잡으려고 무장한 사람들을

데리러 간다며 나왔던 그 문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는다.

그리곤 도망친다.

 

이렇게 눈을 감고 뛰다가

떠돌이 개에게 부딪힐뻔한다.

 

그 개는 내가 처음 보는 개로,

덥수룩하고 큰 회색 개인데,

 

달려들 준비를 하면서

으르렁거리며 옆으로 비킨다.

 

유다가 눈을 뜨니,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는 인광을

발하는 눈동자가 눈앞에 있고,

 

악마의 웃음소리 같은

이빨이 드러나 보인다.

 

 

유다가 무서워 소리를 지른다.

개는 그 소리가 위협하는 소리로

알아들었는지 그에게 확 달려든다.

 

둘이서 먼지 속에 뒹구는데,

공포로 마비된 유다가 밑에 깔리고

개가 위에 있다.

 

싸울 만한 가치가 없다 생각했는지,

개가 다시 놓아주었을 때는,

 

유다는 두세 군데 물려서

피를 흘리고

 

겉옷은 여러 군데

크게 찢어졌다.

 

그는 정말 뺨을 물렸는데,

그가 예수께 입맞춤한 그 자리다.

 

뺨에서 피가 흘러

유다의 누르스름한 옷의

목을 더럽힌다.

 

 

피는 목에 매는

붉은 끈에 스며들어

 

그에게 목걸이를 만들어 주고

그것을 한층 더 붉게 한다.

 

유다는 손을 뺨에 대고,

멀어져 가지만

 

그래도 문틈 사이로

유다의 동정을 살피는 개를

바라보면서 "베엘제불!" 하고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다시 소리를 지르며

한동안 개에게 쫓겨 도망친다.

 

그는 겟세마니 근처

작은 다리 있는 데까지 도망한다.

 

거기서 그를 쫓아가는 데

지쳐 그랬는지, 공수병(광견병)에

걸려서 물을 피하려고 그랬는지,

 

개는 그의 먹이를 내버리고

으르렁거리며 뒤로 돌아간다.

 

 

돌을 주워 개에게 던지려고

개천에 뛰어들었던 유다는

 

개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물이 종아리 중간까지

온 것을 발견한다.

 

점점 더 젖어 들어오는 옷은

상관하지 않고

 

물 위에 몸을 구부리고

목이 타는 것처럼 물을 마신다.

 

그리고 피가 나고

아픈 것이 틀림없는 뺨을 씻는다.

 

 

새벽의 첫 번째 빛을 받으면서

개울가로 다시 올라오는데,

 

아직 개가 무서운 듯

건너편으로 올라가선 감히

시내 쪽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몇 미터 걸어가니

올리브 나무 동산 입구가 나온다.

 

그는 그 장소를 알아보고는

“안돼! 안돼!”하고 부르짖는다.

 

그러나 곧이어

어떤 저항할 수 없는

힘에 끌려 그러는지

 

또는 어떤 악마적이고 범죄적인

자학으로 그러는지

그곳으로 다가간다.

 

 

그는 체포가 행해졌던

장소를 찾는다.

 

많은 발에 짓밟힌 오솔길의 흙과

짓밟힌 풀과,

 

아마도 말쿠스(베드로에게 귀 잘린)의

피겠지만, 땅에 떨어진 피가,

 

무죄한 사람을 살인자들에게

넘겨준 곳이라는 것을

그에게 보여 준다.

 

그는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목쉰 소리를 한 번 지르고

뒤로 껑충 뛰면서 물러난다.

 

그는 “이 피를, 이 피를!...” 하고

외치며 팔을 뻗어 검지로

피를 가리킨다....

 

점점 더 환해지는 빛을 받은

그의 얼굴은 흙빛의

유령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미치광이 같다. 그의 눈은 마치

정신착란을 일으킨 듯,

크게 부릅뜨며 번쩍번쩍한다.

 

달음박질과 공포로 인해 헝클어진

그의 머리칼은 머리 위로

곤두선 것 같고

 

부어오르는 뺨은 입을 뒤틀어서

비죽거리게 하고 있다.

 

찢어지고, 피투성이에 젖고,

먼지가 진흙처럼 붙어서,

흙투성이가 된 옷 때문에

그는 거지처럼 보인다.

 

찢어지고 진흙투성이가 된 겉옷은

누더기처럼 한쪽 어깨에

늘어져 있어,

 

그가 “저 피, 저 피!”하고

계속 부르짖으면서 뒷걸음칠 때마다

그곳을 조여든다.

 

 

유다는 뒤로 넘어지면서 돌에

부딪쳐 머리 뒤가 상처를 입는다.

그는 고통과 공포의 비명을 지른다.

 

“누구야?” 하고 외친다.

누가 일부러 그를 때리고

넘어뜨린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그는 공포에 질려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일어난다.

 

이제는 피가 목덜미에도

방울져서 떨어진다,

핏빛 동그라미가 옷에 퍼진다.

 

피가 조금씩 흐르며

또 옷에 배기 때문에,

 

땅에 떨어지지는 않는다.

목에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는 걷는다. 그는 베드로가

어느 올리브 나무 밑에서 피웠던

모닥불 흔적을 다시 발견한다.

 

그러나 베드로가 불을 피웠었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예수께서 거기 계셨던 것으로 믿고,

“가! 가!”하고 외치며 두 손을

앞으로 뻗어

 

그를 괴롭히는 유령을

쫓는 것처럼 한다.

 

그는 피해서 달아나다가

때마침 지극한 고통을 겪으시던

바위 앞에 가서 멈춘다.

 

이제는 새벽이 분명해져서

주변이 잘, 그리고

즉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유다는 예수께서 바위 위에 개켜서

남겨 놓으신 예수님의 겉옷을 본다.

 

그것을 알아보고 만지고자 한다.

겁이 난다.

 

손을 내밀다가 다시 뒤로 당긴다.

그는 갈등한다.

 

그러나 그 겉옷이 그를 매혹한다.

그는 “안돼! 안돼!”하고

비명을 지른다.

 

그러다가 “그래, 빌어먹을 거! 그래,

이걸 만지기를 원한다.

 

나는 무섭지 않다! 무섭지 않아!”

하고 말한다.

 

무섭지 않다고 말은 하지만 공포로

이를 딱딱 마주친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 올리브

나뭇가지 하나가 바람에 흔들려

 

옆의 나무줄기에

부딪쳐 나는 소리에

또다시 비명을 지른다.

 

그래도 자기를 억제하고

겉옷을 붙잡는다.

 

그리고 웃는다.

미치광이의 웃음, 마귀의 웃음이다.

 

그치지 않는 히스테리 증세의

발작적이고 음산한 웃음이다.

 

그는 공포를 이긴 것처럼 보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 이젠 당신이 무섭지 않소.

무섭지 않게 되었어.

 

나는 당신을 하느님으로,

강한 사람으로 믿었기 때문에

당신을 몹시 무서워했었소.

 

그런데 당신은,

이젠 하느님이 아니기 때문에

무섭지 않아.

 

 

당신은 불쌍한 미치광이고

약한 사람이오.

당신은 자신을 방어할 줄을 몰랐소.

 

당신은 내 마음속 배반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나를 잿더미로 만들지도 못했소.

내 공포!... 참 어리석기도 하지!

 

어제저녁만 해도 당신이 말할 땐

당신이 알고 있는 줄 생각했었소.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지.

 

내 자신 공포 때문에,

당신의 아주 평범한 말에도

 

예언적인 뜻으로

붙여 주었는데 말이오.

그런데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오.

 

당신은 내게서 받은 것,

내가 일러준 것도 받아서,

 

생쥐가 제 구멍에서

잡히듯 붙잡혔소.

 

 

당신의 능력! 당신의 출신!

아! 아! 아! 웃기는군!

강한 자는 사탄이요!

 

당신보다 더 강해요.

그가 당신을 이겼소!

 

아! 아! 아! 예언자! 메시아!

이스라엘의 왕!

 

그러면서 당신은 나를

3년 동안이나 예속시켰소!

항상 마음에 공포를 품게 하면서!

 

그래서 나는

인생을 즐기길 원할 때는

 

당신을 교활하게 속이려고

거짓말을 해야 했소!

 

하지만 내가 그렇게 간 책을

쓰지 않고도,

 

훔치고 간음하더라도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요.

 

 

겁쟁이! 미치광이! 비겁자!

자! 자! 자!

 

내가 당신 겉옷에

하는 것처럼 당신에게 해서,

 

당신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나를 예속시켰던 세월에 대해

앙갚음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소.

 

토끼가 무서워하는 것 같은

공포!... 자! 자! 자!”

 

“자!” 소리 할 때마다

겉옷의 천을 물어서 찢으려 애쓴다.

 

겉옷을 양손에 넣고 구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겉옷을 펼치니

 

옷을 축축하게 적신 얼룩들이

나타난다.

 

갑자기 유다의 격노가 멎는다.

그는 얼룩들을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그것들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는다.

피다... 그는 겉옷을 펼친다.

 

예수께서 옷을 얼굴에 대실 때

피가 묻은 두 손 흔적이 잘 보인다.

 

“아!... 피가! 피가!

그의 피... 아니야!”

 

유다는 겉옷을 떨어뜨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바위에도, 천사가 그분의 기운을

북돋아 드릴 때, 예수께서

등을 기대셨던 그곳에도,

 

말라져 가는 컴컴한 피의

얼룩이 있다.

 

 

“여기! 여기!... 피가! 피가!...”

보지 않으려 눈을 아래로 내리니,

 

땅 위에 떨어졌던 피로

새빨갛게 물든 풀들이 보인다.

 

이 피는 이슬이 내린 탓으로

바로 조금 전에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피는 빨갛고

아침 첫 햇살에 반짝인다.

 

“안돼! 안돼! 안돼!

나는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이 피를 볼 수가 없어!

사람 살려!”

 

그는 두 손을 목에 갖다 대며

마치 피바다에 빠진 것처럼

일체의 자제력을 잃는다.

 

 

“비켜! 비켜! 날 가만둬!

날 가만둬! 저주받은 피!

피가 바다 같다! 온 세상을 덮었어!

 

온 세상을! 온 세상을!

세상에 내가 있을 자리는 없다.

 

땅을 뒤덮은 이 피를 볼 수 없다!

나는 무죄한 사람의 카인이다!”

 

자살하겠다는 생각이 이 순간

그 마음에 온 것 같다.

유다의 얼굴이 무섭다.

 

비탈에서 뛰어내려 올리브 나무

재배지로 해서 도망치는데,

 

왔던 길로 돌아가진 않는다.

마치 야수에게 쫓기는 것 같다.

 

 

그는 시내로 돌아온다.

할 수 있는 대로

겉옷으로 몸을 싸고,

 

할 수 있는 최대한 그의 상처와

얼굴을 가리려 애쓴다.

 

성전 쪽으로 향해 간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가는 동안

 

한 네거리에서 빌라도에게 예수를

끌고 가는 악당들과 마주친다.

 

또 다른 군중이 구경하려고

몰려들면서 그를 등 뒤에서

밀기 때문에 물러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는 키가 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내려다보게 되고,

그래서 보게 된다.

 

 

그리스도의 눈길과 마주친다.

두 시선이 잠시 서로 얽힌다..

 

그러다가 그리스도께서 묶여서

매를 맞으면서 지나가신다.

 

유다는 까무러친 것같이

뒤로 자빠진다.

 

군중이 무자비하게 그를 밟지만

그는 반응이 없다.

 

그는 그 시선을 만나기보다는

차라리 그 모든 사람 발에

짓밟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하느님을 죽이는 일당이 지나가고

길에 아무도 없게 되었을 때, 그는

다시 일어나서 성전으로 달려간다.

 

 

경내로 들어가는 대문에 배치된

수위를 떠밀어서 거의 넘어뜨린다.

 

다른 수위들이 이 미치광이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고 오지만,

 

그는 성난 황소처럼

그들을 모두 물리친다.

 

그중 하나가 최고회의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고

그의 뒤에 매달렸다가

 

목이 잡히고 졸려서

제단 밑으로 던져졌는데

죽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죽어갈 것이다.

회의실에는 아직 사람들이 남아있다.

 

 

그는 회의실 한가운데,

전에 예수께서 계셨던 곳에 서서

 

“저주받은 자들, 나는 당신들

돈을 원치 않소!” 하고 외친다.

 

지옥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마귀와 같았다.

 

피투성이고 머리칼은 흐트러지고

정신착란으로 불타는 듯 붉으며

입에선 침을 흘리고

 

손은 맹수의 발톱처럼 되어서

부르짖는 것 같다.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쉬고, 울부짖는다.

 

 

“저주받은 자들,

당신들 돈을 나는 원치 않소.

 

당신들은 나를 멸망시켰소.

당신들은 내게 가장 큰 죄를

짓게 했소.

 

당신들처럼, 당신들처럼

나도 저주받았소!

 

나는 무죄한 피를 배반했소.

이 피와 내 죽음이 당신들 위에

떨어지기를 바라오.

 

당신들에게... 안돼! 아!...”

유다는 방바닥이 피에 젖어

있는 것을 본다.

 

“여기에도, 여기까지 피가 있어?

사방에! 어디에나 그의 피가 있구나!

 

 

아니, 하느님의 어린양은 피가

얼마나 많기에 이렇게 온 땅을

뒤덮고도 죽지 않는단 말인가?

 

내가 그 피를 흘리게 했어!

당신들이 부추겨서,

저주받은 자들!

 

저주받은 자들!

영원히 저주받은 자들!

이 벽들에 저주가 내려라!

 

더럽혀진 이 성전에 저주가 내려라!

하느님을 죽인 대제관에게 저주!

파렴치한 사제들, 거짓 박사들,

 

위선자 바리사이파 사람들,

잔인한 유다인들,

 

교활한 율법 학자들에게

저주가 내려라!

내게도 저주가 내려라! 내게도!

 

 

당신들 돈을 받으시오.

밧줄이 내 목을 조르듯

당신들 돈이

 

당신들 영혼의 목을

조르기 바라오.”

 

그러면서 돈주머니를 가야파의

얼굴에 던지고 소리를 지르면서

떠나간다.

 

돈들은 가야파의 입을 때려서

피가 나게 하고 방바닥에

흩어지면서 울린다.

 

아무도 감히 그를 붙들지 못한다.

그는 나가서 길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헤로데에게 가셨다가 거기서

돌아오시는 예수를 두 번째로

만나게 된다.

 

 

그는 도시의 중심지를 벗어나

무턱대고 가장 비참한 골목길을

접어들었다가 마침내

 

최후의 만찬을 한 집 앞에 오게 된다.

집은 버려진 집 모양처럼

완전히 닫혀 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집을 쳐다본다.

 

“어머니!” 하고 중얼거린다.

“어머니!...”

 

그는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다.

 

“나도 어머니가 있지!

그런데 나는 한 어머니의

아들을 죽였다!...

 

 

그렇지만... 들어가서...

그 방을 다시 봐야지,

거기에는 피가 없지.... "

 

그는 문을 쾅하고 두드린다.

또 한 번... 또 한 번...

 

집주인 여자가 문을 열러 나와서

조금 연다. 문틈으로 엉망이 되어

몰라보게 된 이 사람을 보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문을 다시 닫으려 한다.

 

그러나 유다는 어깨로 밀어 문을

활짝 열고 놀란 여인을 쓰러뜨리고

그대로 지나간다.

 

그는 최후의 만찬실로 들어가는

작은 문 쪽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름다운 햇빛이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유다는 안도의 한숨을 한번 내쉰다.

 

 

그는 들어간다.

여기는 모두가 평온하고 조용하다.

식기들은 아직 놓아둔 그대로다.

 

아직은 아무도 그것을 상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사를 시작하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다는 식탁 쪽으로 간다.

항아리에 포도주가 있는지

살펴본다. 있다.

 

그는 항아리를 두 손으로 들고

항아리에 대고 게걸스럽게 마신다.

 

그리고는 털썩 주저앉아

식탁 위에 팔을 십자가로 포개고

그 위에 머리를 갖다 댄다.

 

 

그가 바로 예수의 자리에

앉았다는 것과

 

성혈에 사용된 잔이 그의 앞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는 숨찬 것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그대로 있다.

 

그러다가 머리를 들어 잔을 보고는

지금 어디에 앉아 있는지

알아본다.

 

그는 정신 빼앗긴 사람처럼

일어난다.

 

그러나 술잔이 그를 매혹한다.

잔 밑에는 아직 붉은 포도주가

조금 있고,

 

햇빛이 금속(은인 것 같다)을

비추면서 그 액체를 반짝이게 한다.

 

 

“피다! 피야! 여기도 피가 있다!

그의 피! 그의 피가!...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내 피다...

너희를 위하여 흘릴 새로운

계약의 피다...’

 

아! 저주받을 나!

나를 위해선 이제 이 피가,

 

내 죄를 사하기 위해

흐를 수 없다.

 

그는 나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용서를 빌지 않는다.

여기서 나가자! 여기서 나가자!

 

 

하느님의 카인이 안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이제 없어졌다.

죽자! 죽자!...”

 

그는 나온다.

예수께서 하직하신

 

그 방의 문 앞에 서 있는

마리아와 마주친다.

 

마리아는 소리를 듣고

아마 여러 시간 전부터 나가 있는

요한 보기를 바라면서

나타나신 것이다.

 

마리아는 피를 많이 흘리신 것처럼

창백하시다.

 

그분의 눈은 고통으로 인해

아들의 눈과 한층 더

비슷하게 되었다.

 

유다는

예수께서 길에서

그를 바라다보시던 것처럼,

 

 

몹시 슬퍼하며

모든 걸 의식하고 알면서

 

그를 바라보는 그 눈길을 보고

질겁을 하며

 

“오!” 하고 부르짖으며

벽에 기댄다.

 

“유다!” 하고

마리아는 말씀하신다.

 

“유다, 뭣 하러 왔소?”

 

예수께서 하신 말씀과 같은 말이고

고통스러운 사랑으로 하는 말이다.

 

유다는 그것을 기억해 내고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유다”하고 마리아는

되풀이하여 말씀하신다.

 

 

“무슨 짓을 했소? 그 많은 사랑에

그대는 배반하는 것으로 보답했소?”

 

마리아의 목소리는

떨리는 어루만짐이다.

 

유다는 도망치려 한다.

마리아는 마귀라도 회개시킬

것 같은 목소리로 그를 부르신다.

 

“유다! 유다! 거기 있어요!

거기 있어! 내 말 들어요!

 

그의 이름으로 말하는 거요,

뉘우치시오, 유다. 그는 용서해요...”

유다는 도망친다.

 

마리아의 목소리와

그 모습은 최후의 일격이었다.

 

 

그는 황급히 달아난다.

그는 마리아를 모시러 집 쪽으로

달려오는 요한과 마주친다.

 

선고가 내려졌다.

예수께서는 골고다 언덕으로 가신다.

 

지금이야말로 어머니를

아들에게 모시고 갈 시간이다.

 

비록 조금 전의 화려하던

유다에서 별 남아있는 것이 없지만

요한은 유다를 알아본다.

 

“네가 여길?” 하고, 요한은 분명한

불쾌감을 가지고 그에게 말한다.

 

“네가 여길 왔어?

하느님의 아들을 죽인 놈아,

 

 

저주받아라!

선생님은 사형선고를 받으셨다.

할 수 있거든 기뻐해라.

 

그렇지만 길을 비켜라.

어머니를 모시러 간다.

 

또 다른 너의 희생물인 어머니는

너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

뱀 같은 놈아.”

 

유다는 도망친다.

그는 누더기가 된 그의 겉옷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눈은 보기 위한 틈만

남겨 놓는다.

 

총독 관저 쪽으로 가지 않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미치광이 보는 것처럼 그를 피한다.

실제 미치광이로 보인다.

 

 

그는 들을 헤맨다.

바람결에 가끔,

 

예수께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따라가는 군중들 고함 소리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그 같은 메아리가 유다에게

들릴 때마다 그는 재칼처럼

울부짖는다.

 

그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낮은 돌담에

 

머리를 부딪히는 것을 보면

실제로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혹은 공수병 환자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물이나,

어떤 아이가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는 우유나,

 

 

가죽 부대서 흘러나오는

기름 따위의 액체를 보면

울부짖고 또 울부짖으며

 

“피다! 피야! 그의 피!”하고

부르짖기 때문이다.

 

그는 개울과 샘에서 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물이 피로 보이는지

마시지를 못하고

이렇게 그 말만을 반복한다.

 

“피다! 피야!

피가 나를 빠져 죽게 한다!

피가 나를 태운다!

 

나는 불이 붙었다!

그가 어제 내게 준 그 피가

내 안에서 불이 됐다!

 

나도 저주받고

너도 저주받아라!”

 

 

그는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있는

언덕들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한다.

 

그리고 그의 눈은 어쩔 수 없이

골고다 쪽을 향한다.

 

그리고 두 번이나 그는

언덕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는

행렬을 멀리서 본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고함을 지른다.

 

지금 그분은

언덕 꼭대기에 계시다.

 

유다도 올리브 나무가 꽉 들어찬

어떤 작은 언덕 꼭대기에 있다.

 

그는 그곳의 주인이나 되는 듯

또는 적어도 아주 자주 드나드는

사람처럼 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는 유다가 남의 소유물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비탈 끝에 있는 올리브 나무

아래에 서서 골고타 쪽을 바라본다.

 

그는 십자가들이 서는 것을 보고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보거나 들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정신착란이나

사탄의 요술로

 

그가 골고타 언덕

꼭대기에 있는 것처럼

보고 듣게 된다.

 

그는 환각에 사로잡힌 듯

바라보고 또 바라다보며

그는 몸부림친다.

 

 

“안돼! 안돼! 나를 보지 마라!

내게 말하지 마라!

나는 그걸 견딜 수가 없다.

 

죽어라, 죽어,

저주받은 자야!

 

죽음아,

내게 공포감을 일으키는

저 눈을 감게 하고,

 

나를 저주하는 저 입을

다물게 해라.

 

당신이 나를 구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당신을 저주한다.”

 

그의 얼굴이 하도 살벌해서

쳐다볼 수 없을 지경이다.

 

울부짖는 그의 입에서

침 두 줄기가 내려온다.

 

 

물린 뺨은 남빛이고, 부어서

그의 얼굴이 보기 싫게 변했다.

 

착 달라붙은 머리칼과 그 시간에

뺨에 난 매우 검은 수염이

 

그의 뺨과 턱에 음산한

입마개를 만들어 놓았다.

 

그 눈!... 눈은 자꾸 움직이고

사팔뜨기 눈이 되고 인광을 발한다.

마귀의 눈이다.

 

그는 허리에 세 번 둘렀던

붉은색 굵은 모직 밧줄을 빼낸다.

 

그는 그것을 어떤 올리브 나무에

감고 힘껏 잡아당겨 든든한지

시험한다.

 

 

밧줄은 끄떡없다. 든든하다.

그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데 적합한

올리브 나무를 고른다. 됐다.

 

비탈 저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가지가 어수선한 올리브 나무와

잘 어울린다.

 

그는 나무에 올라간다.

그는 가장 튼튼한 가지 중 하나인

 

공중으로 뻗어 있는 가지에

고리 매듭을 단단히 잡아맨다.

그는 벌써 고리 매듭을 만들었다.

 

그는 다시 한번 골고타 쪽을

바라보고 나서 머리를 고리 매듭

속으로 집어넣는다.

 

이제 목 아래쪽에 붉은 목걸이

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비탈에 잠시 앉았다가

대번에 공중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매듭이 목을 조른다.

그는 몇 분 동안 몸부림친다.

 

 

눈이 뒤집히고,

질식으로 인해 그는 검게 되고,

 

입을 벌리고,

목의 정맥이 부풀어 오르며

검게 된다.

 

그는 경련 중 네댓 번

공중에 마지막 발길질을 한다.

 

그런 다음 입이 벌어지고 혀가

검게 되고 침을 흘리며 늘어지고,

 

눈알이,

열린 눈꺼풀로 머리에서 튀어나와

 

핏발이 선 흰자위를 보이며,

홍채는 위쪽으로 사라진다.

그는 죽었다.

 

임박한 뇌우 전에 일어나는

세찬 바람이 매달린 시체를 흔들고,

 

거미줄에 늘어진 소름 끼치는

거미 마냥, 그를 빙글빙글 돌린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https://cafe.daum.net/xp8046/YWxf/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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