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 13:06ㆍ카르마의 영혼
<부활 [1]>
경비병들은 지루함과 추위로
몸은 떨리고 졸음도 오고 해서
여러 가지 자세로
무덤을 지키고 있다.
무덤 돌문 둘레는 석회를
두껍게 발라 마치 벽처럼 보강했고,
그 불투명한 흰색의 석회 위에는
다른 도장들과 함께
직접 성전 관인(官印)이 찍힌
넓은 장미꽃 장식 모양의
붉은 초가 눈에 보인다.
땅바닥에는 재와 아직 꺼지지 않은
깜부기불이 있는 걸 보니
경비병들이 불을 피웠던 모양이고,
또 음식 찌꺼기와 양의 잔뼈들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놀음도 하고
음식도 먹은 모양이다.
양의 잔뼈는 우리네 도미노 놀이나
우리네 어린이들 구슬 놀이처럼
길바닥에 원시적 말판을
그려놓고 하는 어떤 놀이에
쓰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다음 그들은 지쳐서
모든 것을 버려둔 채로 자거나,
지키는 것에서 최대한의
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제 동쪽의 맑은 하늘에서 새빨간
구역이 점점 더 커지더니,
아직 햇살 없는 하늘의
알 수 없는 허공 깊은 곳에서
빛나는 별똥별 하나가 날아오는데,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빛나는 불덩어리며,
그 뒤는 번쩍거림의 빛 흐름이
바람처럼 뒤따라오는데,
이것은 어쩌면
우리의 망막(網膜)에 남는
그 별똥별 광채의
잔상(殘像) 인지도 모르겠다.
그 별똥별이 땅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려오는데,
얼마나 강렬하고 환상적이고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운지,
새벽의 장미꽃 빛이
이 최고조에 달한 흰빛에 가려져
사라지고 만다.
경비병들이 놀라서 고개를 쳐든다.
빛과 더불어 온 우주를 채우듯
힘차고, 듣기 좋고, 장엄한
우르릉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저 먼 천국에서 온다.
그것은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의 육체로 돌아오시는,
그분 영을 따라오는 알렐루야고,
천사들의 찬양 노래다.
별똥별은 쓸모도 없는
무덤 돌문 잠금장치에 떨어져
그것을 떼어내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주님의 영이 이 세상을
빠져나가면서 일으켰던 것처럼,
우주의 주재자가 땅에 돌아오면서
새로운 지진을 일으킴으로,
당신을 지키는 간수처럼 배치되었던
경비병들을 공포와 요란한 소리로
전율하게 하신다.
별똥별은 어두운 무덤 속으로
들어가 형용할 수 없는 빛으로
무덤 안을 비추고
별똥별이 움직이지 않고 허공에
매달려 있는 듯 멈추어 있는 동안,
주님의 영은 붕대에 감겨
움직이지 않고 있는 시신 속으로
다시 들어가신다.
이 모든 것은 일 분이 아니라,
일 분의 몇 분의 일 동안에
모두 이루어졌다.
그만큼 하느님의 빛이
나타나고, 내려오고, 스며들고
하는 것이 빨랐다.
하느님의 영이 그의 육체에
“나는 원한다.” 하는 말씀의
소리는 나지 않는다.
소리는 본질(本質)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질료(質料) 에로
전달되었고,
사람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육체는 그 명령을 받고 긴 한숨을
쉬면서 명령에 복종한다.
몇 분 동안 아무런 낌새가 없다.
그러나 수의 밑에서는 영광스러운
육체가 다시 꾸며져서
영원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죽음의 잠에서 깨어나,
그가 있던 “무(無)”에서 돌아오며,
죽었다가 다시 산다.
분명히 심장이 깨어나서
첫 번째 고동을 일으키고,
정맥 속으로 남아 있는
피를 밀어 넣고,
빈 동맥과 움직이지 않는
허파와 희미한 뇌에
필요한 양의 피를 단번에
만들어 넣어 체온과 건강과
힘과 사고를 다시 가져다준다.
잠시 후,
무거운 수의 밑에서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일어난다.
포개져 있던 손을
움직이는 순간부터
물질이 아닌 재료로
지으신 손을 새로 입으시고
위엄 있고 찬란하게,
그분은 그분인데 장중함으로
높이 올려진 변화로 인해
초자연적 아름다움과
당당하게 일어선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그 순간까지,
그 분명한 움직임이 갑작스러워
내 눈이 그 전개를 따라갈 여유가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그리고 지금 내 눈은 그분을
감탄하며 쳐다본다.
기억이 회상시켜 주는
형체와는 너무나 다른,
상처 없고 피도 없고,
다섯 군데 상처와 그분의 모든
피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눈 부신 빛으로만 된 그분을
감탄하며 나는 쳐다본다.
예수께서 첫걸음을 떼어놓으신다.
그분이 움직일 때마다 손과 발에서
일어나는 빛살이,
그분을 칼날 같은
빛으로 둘러싼다.
지금은 피를 흘리지 않고
광채만을 내는 가시관의
수없이 많은 상처로 이루어진
면류관이 얹혀 있던 머리에서부터,
가슴 위에 십자 모양으로 포개졌던
팔을 벌려 심장 높이에서의
태양 같은 광채와
옷에서 스며 나오는 대단히 강렬한
광채를 드러내실 때는
그 모든 옷자락까지 정말
그것은 “빛”이 형체를 취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보는
초췌한 빛이 아니고,
별들의 초라한 빛도 아니며,
태양의 초라한 빛도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빛이다.
오직 한 분에게 집약된 것이며
그분 눈동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란 빛깔과,
머리카락은 타오르는 듯한
금 빛깔이며,
그분의 옷과 얼굴빛은
천사와 같은
천진난만함을 주는
천국의 온갖 찬란함이 있다.
그것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인간의 말로 묘사할 수 없는
탁월한 활기를 이루는
모든 것으로
천국의 모든 활기를
당신 안에 흡수하심으로써
당신의 강렬한 능력으로
거두어 셨다가 영원한 시간의
각각의 순간마다 하늘의
중심 심장에 다시 돌려주신다.
이 심장은 그의 피,
무형의 그의 무수한 핏방울,
즉 성인들과 천사들을 끌어당기고,
퍼뜨리며, 천국을 이루는 모든 것,
즉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에 대한 우리들의 사랑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시고
그분을 형성하는 빛을 이루며
모든 것을 끌어당기고
퍼뜨리고 한다.
그분이 움직이면서 출구로 나오시고,
내 눈이 그분의 찬란한 뒤쪽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매우 아름답기는 하지만
태양에 비하면
별과 같은 크기의
두 개의 빛이 내 눈에 나타났다.
하나는 무덤 입구의 이쪽과
하나는 저쪽에 나타나
하나님의 빛에 둘러싸여
미소로 축복하시며 지나가시는
그들의 주님께 대해
예배로 꿇어 엎드리고 있다.
예수께서는 을씨년스러운
굴을 버리고 나오셔서
다시 땅을 밟으셨다.
땅은 기쁨으로 깨어나
이슬과 풀과 장미들의
빛깔들이 와서 입을 맞추고,
떠오르는 해와 그 밑으로
지나가시는 영원한 태양인
주님을 위해,
기적으로 피어져 나온
수많은 사과나무의 꽃부리들이
찬란히 빛난다.
경비병들은
그곳에 기절해 있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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