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혹함도 교만이다

2022. 12. 1. 09:28카르마의 영혼

 

<미혹함도 교만이다>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믿음을

확신시키고 만족시킬 만한

 

기적 청하기를 요구하는

사람이 저기 있다.

 

우리를 따라오는 저 사람은

분명히 그렇게 할 만한 동기가

있을 것이다. 걸음을 멈추자.”

 

과연 한 남자가

앞으로 다가온다.

 

그 사람은 어깨에 불안정하게

메고 오는 무거운 짐 때문에

몸이 굽어 보인다.

 

그는 일행이 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자기도 걸음을 멈춘다.

 

 

“저 사람은 우리를 해치려고 합니다.

저 사람은 우리가 그걸 눈치챈걸

알기 때문에 걸음을 멈춘 것입니다.

 

아이고!

저 사마리아인들!”

 

“베드로야,

너는 그것을 확신하느냐?”

 

“아이고!

절대 그렇습니다!”

 

“그러면 여기 그대로 있어라.

나는 저 사람에게 바로 가겠다.”

 

“주님, 그건 안 됩니다.

주님이 가시면 저도 가겠습니다.”

 

 

“그러면 오너라.”

 

예수께서는

그 남자에게로 가신다.

 

베드로는 곁에서 호기심을 가지며

또한 동시에 적의도 품고

종종걸음을 친다.

 

그 사람과 몇 미터쯤 되는 곳에

이르렀을 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여보시오, 무슨 일입니까?

누구를 찾으십니까?”

 

“선생님이오.”

 

“그러면 왜 내가 시내에 있을 때

찾지 않았습니까?”

 

“감히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만일 선생님이 모든 사람 앞에서

저를 물리치셨더라면,

 

저는 그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내가 제자들하고만 있을 때

나를 부를 수 있었을 텐데요.”

 

“저는 포띠나이처럼, 선생님이

혼자 계실 때 만나길 바랐었습니다.

 

저도 선생님과 단둘 이만 있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그렇게 힘들게

어깨에 메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제 아내입니다. 마귀가 제 아내에게

붙어 죽은 육체를 만들어버렸고

지능을 없애버렸습니다.

 

제가 음식을 먹여 주고,

옷을 입혀 주고,

어린아이처럼 업고 다녀야 합니다.

 

 

병 없이 이렇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사람들은 제 아내를 ‘마귀 들린 여자’

로 부릅니다. 이것이 저는 괴롭습니다.

 

저는 고생스럽기도 하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보십시오.”

 

남자는 어떤 부대에 싼 것처럼

겉옷으로 싼 꼼짝도 하지 않는

 

살덩어리인 그의 짐을 내려놓고,

여자의 얼굴을 드러낸다.

 

여자는 아직 젊었으나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은 것으로

생각할 만하였다.

 

눈을 감고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것이 마치 마지막 숨이

넘어간 사람 모습과 같았다.

 

 

예수께서 땅에 눕혀진 불쌍한

여자에게로 몸을 숙이시고

남자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

 

“당신은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습니까? 왜 그렇게 믿습니까?”

 

“선생님은

그리스도시니까요.”

 

“그러나 당신은 그것을 증명할 만한

것을 아무것도 못 보았는데요.”

 

“저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게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베드로야, 들었느냐?

이렇게도 완전한 믿음을 보고,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고 말하겠느냐?”

 

 

“아니 … 선생님 … 선생님은

저는 … 아니, 선생님이 하십시오.”

 

베드로는 매우

거북해한다.

 

“그래, 내가 하마.

여보시오. 지켜보시오.”

 

그러시면서 예수께서는

여자의 손을 잡으시고 명령하신다.

 

“이 여자에게서 떠나라.

명령이다.”

 

그때까지 꼼짝하지 않던 여자가

처음에는 말없이 무섭도록

경련만 하더니,

 

다음에는 부르짖고 통곡하다가

마침내 큰 소리로 외치는데,

 

그때까지 그동안 감고 있었던 눈을

뜨고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눈을 비빈다.

 

 

그리고 진정이 되어 약간

어리둥절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먼저 자기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는

알지 못하는 사람인 예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 여자는 자기가 누워 있는

길바닥의 먼지를 바라보고,

 

길가에 돋아난 풀 한 무더기와

금방 피어나려고 하는 진주 같은

 

데이지의 희고 붉은 꽃망울이

풀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그를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그의 일거일동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남편을 쳐다본다.

 

 

여자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에게 돌아온 자유로운

몸을 일으켜 남편 품으로

 

숨어 들어가니 남편은 울면서

아내를 쓰다듬고 껴안는다.

 

“어떻게? 여기에? 왜?

이분은 누구예요?”

 

“이분은 메시아 예수님이야.

당신은 병이 들었었는데

이 분이 고쳐 주셨어.

 

이 분을 많이

사랑한다고 말씀드려.”

 

“아이고! 그럼요!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제게 무슨 일이 있었어요?

 

 

내 아이들은 … 시몬 …

저는 어제 기억이 안 나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있었다는 게 기억나요 ….”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어제를 기억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오늘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착하게 사시오. 잘 가시오.

착하게들 사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당신들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두 사람이

축복하는 가운데 빨리 돌아오신다.

 

여전히 울타리에 기대어 서 있는

다른 제자들에게로 돌아오셔서

 

그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으시고

베드로를 보고 말씀하신다.

 

 

“그래 이제는, 그 사람이 나를

해치려 한다고 확신한 너는

무엇이라고 말하겠느냐?

 

시몬아, 시몬아!

네가 완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얼마나 많으냐!

 

명백한 우상숭배만 빼고는

너희들 모두가 저 사람과 같은

죄를 가지고 있고,

 

게다가 너희들의 판단에

교만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식사를 하자!

밤이 되기 전에 내가 도착하기를

바라던 곳에 도착하지 못하겠다.

 

더 나은 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어떤 헛간에서라도 자도록 하자.”

 

제자들은 베드로에 의한

비난의 감정을 마음속에 품은 채

말없이 앉아서 음식을 먹는다.

 

조용한 하루해가 부드럽게 물결치듯

평야 쪽으로 내려가는 들판을

비추고 있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카르마의 영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리가 없어진 사람 껍데기들  (1) 2022.12.08
이렇게 해서 뭘 하나  (0) 2022.12.05
사람의 생명과 죽음  (0) 2022.11.28
완전한 나이에 도달한 영혼  (0) 2022.11.24
접 붙여진 나무 가지들  (0)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