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익한 기적

2022. 12. 12. 06:49카르마의 영혼

 

<무익한 기적>

 

 

물고기를 집에 갖다 주려고 갔던

시몬 베드로가 있는 힘을 다해서

빠르게 뛰어오는 것이 보인다.

 

“선생님! 선생님!”하고

숨이 턱에 닿아서 소리소리 지른다.

 

“바리사이파 사람 엘리의

하나밖에 없는 손자가 뱀에 물려

죽어간다고 읍내가 떠들썩합니다.

 

그 아이는 엄마가 말리는데도

할아버지와 올리브 밭에 갔었답니다.

 

엘리는 일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이는 늙은 올리브나무

뿌리 근처에서 놀다가

 

도마뱀이 나오길 바라면서

그 구멍에 손을 들이밀었다가

뱀에 물렸답니다.

 

 

늙은이는 미치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 어머니는,

 

그러지 않아도

시아버지를 미워하는 참이라,

늙은이를 살인자라고 비난합니다.

 

아이는 시시각각으로

몸이 식어갑니다.

 

부모는 서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건 가정이라고

할 수 없는 거지요”

 

“한 가정 안에 원한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나쁜 일이다!”

 

“그렇지만 선생님.

뱀들도, 뱀 같은 사람 엘리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놈들이

작은 뱀인 아이를 죽인 것입니다.

 

저는 그 늙은이가 저를 보고

‘선생님이 거기 계신가?’ 하고

 

제 뒤에서 소리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어린것이 애석합니다.

잘생긴 아이거든요.

 

그리고 바리사이파 사람의 손자가

됐다는 게 그 애 탓은 아니거든요.”

 

“그렇다,

그 애 탓이 아니다.”

 

 

그들이 읍내로 향해 가고 있는데,

부르짖으며, 울고 하는 사람 한 떼가

 

그들을 향하여 오는 것이 보이고,

맨 앞에는 늙은 엘리가 보인다.

 

“그 늙은이가 우리를 보았습니다.

뒤돌아 가십시다!”

 

“아니 왜?

저 노인이 괴로워하는데.”

 

“저 늙은이는 선생님을 미워합니다.

그걸 잊지 마십시오.

 

저 늙은이는 선생님을 비난하는

사람 중 최고의 하나고,

 

성전 편에 서서 선생님을

제일 먼저, 제일 악착같이 비난한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나는 내가 자비

자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늙은 엘리는 흐트러진 머리에

아연실색하고 옷이 마구

헤쳐진 채, 팔을 내밀며

 

예수께 달려와서 그 발 앞에

주저앉으며 부르짖는다.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내 냉혹함을 어린것에게는

복수하지 마십시오!

 

선생님만이 그 애를

살리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선생님을 이리로 데려오셨습니다.

 

선생님을 믿습니다!

선생님을 공경합니다!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용서하십시오!

나는 부당했고 거짓말쟁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벌을 받았습니다.

요 몇 시간만으로도 벌이 됩니다.

 

도와주십시오!

그 애는 사내아이입니다!

죽은 내 아들의 외아들입니다.

 

그런데 며느리는 내가

애를 죽였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면서 장단을 맞추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치며 운다.

 

“자! 그렇게 울지 마십시오.

이제 어린것이 크는 걸 볼 생각도

않고 죽으려 하십니까?”

 

“그 애는 죽어갑니다!

그 애는 죽어가요!

어쩌면 벌써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도 죽게 해 주십시오. 아니 내가

그 빈 집에서 살지 않게 해 주십시오!

아이고! 내 서글픈 노년!”

 

“엘리 선생,

일어나서 가십시다.”

 

“선생님이 … 정말 오시는 겁니까?

그렇지만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불행한 사람입니다.

가십시다.”

 

늙은이는 일어나면서 말한다.

“내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뛰어오십시오,

 

뛰어오세요.

빨리해주십시오!”

 

그러면서 그는 마음을 자극하는

절망 때문에 빨리 간다.

 

“그렇지만 주님, 이것으로

그 사람이 변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이고! 정말 무익한 기적입니다!

아니 저 작은 뱀을 죽게

내버려 두십시오!

 

 

늙은이도 상심 끝에 죽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러면 선생님 길 가로막는

사람 하나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생각을

하셨습니다 ….”

 

“아니, 시몬아!

정말이지 이제는 네가 뱀이다.”

 

예수께서 베드로를 엄히 밀어내시니,

베드로는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는 예수께서

앞으로 나아가신다.

 

가파르나움에서 제일 큰 광장

근처에 아름다운 집이 하나 있는데,

 

그 앞에서 사람들이

몹시 떠들어대고 있다.

 

 

예수께서 그곳을 향해 가시며

거의 다다르셨을 때, 그때 활짝

열린 문으로 그 늙은이가 나오고

 

그 뒤에는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머리 흐트러진 여인이 따라 나온다.

 

독이 벌써 기관들을 마비시켰고

죽음이 임박하였다.

 

상처를 입은 귀여운 손은

엄지 밑동에 물린 자국을

보인 채 늘어져 있다.

 

엘리는 그저 “예수님! 예수님!”하고

부르짖기만 한다.

 

군중들이 밀고 압박하고 해서

거의 옴짝달싹하실 수 없게 된

 

예수께서는 작은 손을 붙잡고

입으로 가져가신다.

 

 

그리고 상처를 빨아들이신 다음

흐릿한 눈이 반쯤 감긴 밀랍 색의

작은 얼굴에 입김을 부으신다.

 

그런 다음 몸을 다시

일으키시며 말씀하신다.

 

“자, 이제는 아이가 깨어납니다.

그 모두들 깜짝 놀란 얼굴을 해가지고

아이를 무섭게 하지 마시오.

 

뱀 생각만 하고도

벌써 겁을 낼 것입니다.”

 

과연 얼굴이 볼그레해지기 시작하고

어린아이는 입을 벌리며

길게 하품하듯이 한다.

 

아이는 눈을 비비고 나서 눈을

뜨고 자기가 그렇게 많은 사람

가운데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는 생각이 나서 인지 너무나

갑자기 펄쩍 뛰어서

도망치려 하는 바람에

 

예수께서 재빨리 품에 안지

않으셨더라면 넘어질 뻔한다.

 

“됐다! 됐어! 뭐가 무서우냐!

저 아름다운 해를 보아라!

 

저긴 호수가 있고,

저긴 네 집이 있고,

 

여긴 엄마가 있고,

할아버지가 계시다.”

 

“그런데 뱀은?”

 

“사라졌다. 내가 여기 있다.”

 

“아저씨가, 맞아 ….”

어린아이는 곰곰이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한다.

 

 

“할아버지는 아저씨 보고

‘저주받은 사람’이라 말하라고 그랬어.

 

그렇지만 난 그렇게 말 안 해.

난 아저씨를 좋아해.”

 

“내가?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얘가 헛소리를 합니다.

 

선생님, 얘 말 믿지 마십시오.

나는 항상 선생님을 존경했습니다.”

 

그가 공포를 극복하고 나니

벌써부터 이전 성품이 되살아난다.

 

“말은 가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나는 그 말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꼬마야, 잘 있거라.

아주머니, 잘 계시오.

엘리 선생, 안녕히 계십시오.

 

서로 사랑하시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나를 사랑하시오.”

 

예수께서는 등을 돌리시고,

거처하시는 집을 향하여 가신다.

 

“선생님, 왜 눈이 번쩍 뜨이는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습니까?

 

독 보고 아이를 떠나라고

명령하셔도 되었을 텐데요.

 

 

선생님이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보이셔야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독을 빨아내셨습니다.”

 

가리옷 유다는 별로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굉장한 어떤 일을 바랐었다.

 

다른 제자들도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능력을 써서

그 원수를 압도해야 하는 건데

그렇게 하셨습니다. 들으셨죠? 예?

 

그 사람은 단번에

다시 독을 토해냈습니다.”

 

 

“독은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이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라.

 

만일 내가 너희가 바라는 대로

행했더라면, 그 사람은

 

벨제붓(마귀의 왕)이 나를

도왔다고 말했을 것이다.

 

폐허가 된 그의 영혼은,

그래도 아직 의사로서의

내 능력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고

기적은, 이 믿음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을 믿음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러나 겸손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적은,

 

하느님을 모독하도록

그들을 이끌어간다.

 

 

그러므로 언뜻 보아 인간적인

방법의 힘을 빌어 이 위험을

피하는 것이 더 낫다.

 

이것은 믿지 않는 사람들의

불행이고, 없앨 수 없는

그들의 불행이다.

 

이 불행을 사라지게 할 대가는 없다.

그것은 어떤 기적도

그들을 믿게 할 수 없고,

 

착한 사람이 되게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내 의무를 다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나쁜 경향을 따라간다.”

 

 

“그러면 왜 그 기적을

행하셨습니까?”

 

“그것은 내가 인자 자체기 때문이고,

내가 원수들에 대해 복수심이

강한 사람이고,

 

나에게 도전하는 사람에 대해

맞대응으로 도전한다고,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들 머리 위에 뜨거운

숯불을 쌓아놓는 셈이 된다.

 

 

그런데 그 숯불들을 쌓아놓으라고

내게 그것들을 내미는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다.

 

시몬의 유다야,

착한 마음씨를 가져라.

 

그리고 그들과 같이

행동하려 하지 말아라!

 

자! 이것으로 충분하다.

내 어머니께로 가자.

 

어머니는 내가 어린아이를

고쳐 준 것을 기뻐하실 것이다.”

 

 

 

출처: 마리아 발또르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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